[능력주의를 위한 변명] 영국 교육부 목표는 '자기고용가능성' vs 한국은 '정시 강화'로 유턴

캐머런 전 영국 총리, 핵심 성과 지표로 자기고용가능성(Self-employability) 도입
미국·영국, '성인의 삶을 위한 준비로서의 교육'에 초점..청년 실업률 대폭 낮춰
한국 공교육, 수월성·포용성·혁신성·다양성 가치 중 포용성에만 치중
"고착화된 경제적·사회적 격차 해소하려면..'교육'에 주목해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2020년 3월 교육부는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21조 원이다. 조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교육 지출액을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 기준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은 20조 5,000억 원에 그쳤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교육부는 2019년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 했다. ‘수시 전형 축소·정시 전형 확대’가 핵심이었다. 수시 전형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내신 전형’의 귀환이나 다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학능력시험 성적과 내신 성적 순으로 줄을 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과거 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줄 세우기 대학 입시’는 한국 교육의 각종 폐단을 낳는 근원이자 현장 교육의 혁신 시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블랙 홀’이다. 정부의 방침에 가장 큰 수혜를 본 집단은 ‘대치동 학원가’로 불리는 ‘입시 교육 산업’이다. 2021년의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표준화의 함정’과 ‘하향평준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정부 R&D 예산보다 더 커진 사교육 산업을 잉태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철학과 전략이 모두 부재한 교육 정책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메리토크라시 : 미래 사회와 우리의 교육'의 저자인 이영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전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공교육의 지향점은 시험이나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닌, ‘성인의 삶을 위한 준비’로서의 교육에 있다”며 “국가의 공교육은 ‘자기고용가능성(Self-employability)’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2014년 영국 캐머론 총리 정책 자문역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영(대처 총리 시절 영국 무역부, 산업부, 노동부 장관 역임)은 2014년 ‘모두를 위한 기업가정신(Enterprise for All)’이란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총리에게 주지시켰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영국에서 ‘소규모 기업’은 500명 미만을 고용한 회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 기업의 95.5%는 10인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이다. 대기업에 의해 추구된 스킬들은 변함없이 프로세스 중심적이고, 이는 ‘팀 스포츠’ 그리고 ‘순응’을 특징으로 한다. 그동안 학교시스템은 정해진 질서와 프로세스에 순응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제 이러한 교육을 떠난 사람들의 세계는 자립과 창의성이 보상 받는 사회로 바뀌게 될 것이고, 교육시스템도 여기에 적응해야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후 영국의 국가 공교육 시스템은 ‘자기고용가능성’을 핵심 성과지표로 설정하고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코로나 19 이전 영국의 실업률은 3%대로 내려가 1970년대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청년 실업률은 199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1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이 50% 수준에 육박하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도 같은 기간 국가 교육 대혁신을 전개해 1950년대 이래 가장 낮은 실업률 및 청년 실업률을 달성했다.


이영달 이사는 “선진국의 교육 정책은 기본적으로 ‘수월성-포용성-혁신성-다양성’의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한다. 또한 ‘자기고용가능성’을 교육 정책의 핵심 성과 지표로 삼고, ‘개인화된 학습’, ‘전인적 교육’, ‘변혁적 교육’을 핵심 추구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 교육은 ‘포용성’의 가치 하나만 강조할 뿐 ‘수월성-혁신성-다양성’은 글로벌 트렌드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형태로 귀결되는 것처럼 교육 공정성의 회복 및 교육의 포용성을 강조하는 정책은 교육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한 의도의 역설’이다.


이영달 이사는 “교육으로 사회적 이동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고착화되어 불평등 사회, 결정론적 사회의 모습을 띨 것”이라며 “불평등 사회를 극복하고, 사회적 이동성이 기능하는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교육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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