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는 DID 열풍이 불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콘루프, 코인플러그 같은 스타트업서부터 SKT, 라온시큐어 같은 대기업도 DID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저마다 플랫폼 장점을 내세우며 각기 다른 연합체를 출범했다. 마이아이디얼라이언스(아이콘루프), 마이키핀얼라이언스(코인플러그), 이니셜 DID연합(SKT), DID얼라이언스(라온시큐어) 4개의 연합체가 등장한 배경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아직 각 연합체는 킬러 서비스라 불릴 만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경쟁자도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자체적으로 연합체를 구성하고 DID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DID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만들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서 각 연합체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아이콘루프·라온시큐어, 정부 사업 적극 참여
아이콘루프가 주도하는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가 서비스 초기부터 강조했던 경쟁력은 금융권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DID서비스 ‘마이아이디(my-ID)’는 지난 2019년 6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됐다. 실제 아이콘루프는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에 마이아이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우리은행, 하나은행, 케이뱅크 등 16개 시중 은행이 참여한 금융 분산ID 추진 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은행권에서 DID 기반 서비스를 구축하게 되면 마이아이디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아이디는 규제 샌드박스 기간이 끝나는 2022년 12월 이후엔 금융권에서 서비스 허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대해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자기주권 신원증명 비즈니스의 경우 특정 업권에 제한돼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내 지자체와 활발히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원도와 ‘블록체인 기반 강원도형 만성질환 통합 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올해는 강원도 디지털 통합 서비스 플랫폼 ‘나야나’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 제주도청과는 제주안심코드를 통합 관광 방역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오렌지라이프 본사 출입 통제 시스템, 포항 체인지업 그라운드 등에 DID 기반 신원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DID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라온시큐어가 이끄는 DID 얼라이언스는 아직까지 회원사 간 뚜렷한 협업 사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라온시큐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DID 플랫폼 ‘옴니원’을 활용해 정부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병무청 간편인증, 경상남도 전자지갑, 행정안전부 모바일 공무원 증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에 행안부 주도로 진행되는 DID 기반 모바일 운전면허증 사업도 수주했다.
DID 얼라이언스 회원사와 계획 중인 사업을 묻자 관계자는 “DID 산업의 핵심은 ‘호환성’과 ‘포용성’”이라며 “글로벌 협회인 ADI 어소시에이션(Accountable Digital Identity Association)’과 함께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발급된 DID가 여러 서비스에서 상호 호환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인플러그·SKT, 무인 편의점 출입서비스·사물DID 등 다양한 분야로 고개 돌려
코인플러그가 이끄는 마이키핀 얼라이언스는 후발주자다. 4개 연합체 가운데 가장 늦게 DID 시장에 뛰어든 마이키핀 얼라이언스는 신분증 개념에 국한돼 있던 DID 적용 분야를 확장했다. 관계자는 “마이키핀 얼라이언스의 시장 경쟁력은 특정 신분증에 대한 개발에 참여하는 것보다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 유연하고 편리한 DID 서비스를 플랫폼 방식으로 제공하는 기술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마이키핀이 도입된 사례는 다양하다. 무인편의점 출입 서비스서부터 에듀테크 업체 유비온 등의 간편로그인 서비스, 배달중개플랫폼 딜리온의 사용자 연력 확인 및 배달기사 본인확인 등에 마이키핀이 적용됐다. 안면인식 기반의 본인확인을 통한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런칭도 준비 중이다.
관계자는 “DID 기술은 온라인 신분증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한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선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았다”며 “비대면으로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는 다방면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KT 주도의 이니셜 DID연합은 모바일 출입증 서비스, 휴대폰 파손보험청구 서비스, 대학제증명서비스 등 실질적 사례 발굴에 힘쓰고 있다. 향후 사물에 DID를 적용한 위험구조물 안전진단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SKT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블록체인 조직이 처음 만들어진 후, 블록체인 기반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으로 ▲블록체인 ID ▲ 페이먼트(Pay ment) ▲플랫폼 (Token Exchange Hub) 영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고자 했다”며 “’전국민 대상 모바일 신분증’ 기반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고 잠재 고객, 파트너 발굴의 성과를 얻어 이니셜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즘여 및 모바일 사원증/출입증 기바능로 서비스 사례를 발굴해 이니셜을 플랫폼 서비스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4개 연합체 “비대면 시대, DID 중요성 커질 것”
4개 연합체 관계자 모두 코로나 19, 메타버스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DID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이키핀얼라이언스 관계자는 “기존의 온라인에서 이메일 기반의 ID 개념은 줄어들 것”이라며 “자기 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 개념 기반의 비대면 본인 확인 서비스 DID가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DID 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비대면 신원인증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이를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게 구현하는 기술로 DID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니셜 DID연합 관계자도 “비대면 시대를 이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파트너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아이이디얼라이언스 관계자는 DID가 향후 다양한 업권에 활용돼 국가를 초월한 형태의 인증 수단으로 확장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백신접종증명서비스 등 정부 주도의 대국민 서비스에 DID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개인정보 증명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DID가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하는 메인스트림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