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을 둘러싼 형태로 지어진 특이한 모양의 오각형 아파트가 있다. 서울시 성북구 안암로9나길 14에 위치한 대광아파트다. 고려대학교 이과대학 건물 바로 뒤편에 붙어 있어 지어진 지 50년이나 되었지만 아직까지 전월세가 활발하고 학생들의 셰어하우스로 많이 쓰이고 있는 건물이다.

색색깔의 발코니 어닝과 서로 연결돼 있는 옥상 또한 이 아파트의 특징적인 구조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국적 분위기를 가진 이 독특한 아파트, 어쩌면 우리가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건물의 특징과, 재건축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집슐랭 흥신소가 면밀하게 분석해봤다.

6호선 보문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다 보면 대광아파트가 있는 안암동의 바위산이 나타난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면 커다란 경비실과 함께 아파트 진입로가 보인다.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대광아파트다. 진입로를 통해 아파트 단지 내부로 진입하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현재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이 광장은 자가용이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인 과거에는 놀이터와 정원이 있어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 곳은 안암동의 유래와도 관련이 깊다. 안암동 동명의 유래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설이 이 곳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안암동 3가의 대광아파트단지 가운데 자리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20여 명이 앉아 편히 쉴 만하므로 그 바위 이름을 ‘앉일바위’라 하던 것을 한자로 옮겨 쓴 것이 ‘안암’이라는 것에서 동명이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광장을 다섯 개의 아파트 건물이 오각형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대광 아파트만이 갖고 있는 특이한 구조다. 대광아파트는 1971년 건축된 민영 아파트로 안암동의 바위산 위에 최대한의 건물을 올리고자 해 이런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고급 맨션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고려대학교 이과대학과 근접해 고려대학교 교직원에게 주로 분양됐다.

고개를 들어 아파트를 보면 곧바로 색색깔의 발코니 어닝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발코니와 그 위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어닝은 낡은 아파트에 독특한 분위기와 생기를 부여하고 있다.

옥상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아파트는 총 일곱 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금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동을 제외한 다섯 개의 동 옥상 사이사이에 다리로 연결돼 있다. 오각형으로 연결된 구조가 작은 성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우리가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건축된 지 약 50년 만인 지난해 초 재건축 시공사가 재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광아파트는 약 20년 전부터 꾸준히 재건축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곳이다. 97년도 대광아파트가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고 이듬해 조합설립 인가가 난 이후 재건축으로 가는 길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재건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걸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재건축의 ‘사업성’이라는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앞서 대광아파트가 오각형 구조로 지어진 이유가 땅에 맞게 최대한의 건물을 올리기 위함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이 대광아파트는 최대한 많은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 고용적률로 지어진 아파트다. 이 때문에 재건축 시 더 많은 세대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내기 어려워 사업성이 나기 힘든 곳이었다. 따라서 심의를 거쳐 대광아파트 뿐 아니라 인근 단독주택지를 정비구역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 구역이 현재 재건축 지역인 안암1구역이다.

안암1구역의 재건축에 대해 김수연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직원은 “구릉지라는 요건과 1만5,000㎡라는 작은 대지 때문에 공공건축가를 선정해 도면을 아홉 번이나 고치는 등 설계가 힘들었다”며 “이제는 갈무리가 돼 두 달안에 서울시 도계위 심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구릉지와 입주세대 대비 작은 면적이라는 입지조건 탓에 사업성이 좋지 않아 재건축이 미뤄져 왔지만 정비구역 변경과 설계 상의 보완 등 담당자와 조합원들의 노력 끝에 현재 상당 부분 진전된 상태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재건축이 마무리된 후 대광아파트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지하 2층∼지상 13층 규모의 아파트 43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세대가 중소형 평형 100%로 지어지고 공동이용시설로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 도서관, 어린이 놀이터, 주민운동시설 등의 설치 또한 계획돼 있다.

안암 1구역은 인근에 지하철 1,2호선, 우이신설선이 관통하는 신설동역과 지하철 6호선 보문역 그리고 안암역이 가깝게 위치해 있어 쿼트러블 역세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주변에 대광초등학교와 동신초등학교, 종암초등학교, 성일중학교, 대광중·고등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이 자리 잡고 있어 교육 환경도 우수할 뿐 아니라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암 병원과 은행, 치안센터, 주민센터 등 편리한 생활환경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성북천과 숭인근린공원 등이 인접해 있어 친환경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안암동의 역사가 시작된 곳에 지어져 오랫동안 동네를 지켜온 안암동3가 대광아파트.

옛 모습을 잃는 것은 아쉽지만 오랜 시간 안암동의 얼굴이 돼 온 만큼 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