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비난·기대 알고 있다” 이재용, 대규모 M&A와 백신확보로 반대세력 잠재울까 [뒷북비즈]

자택 대신 서초사옥 향한 이재용 부회장
삼성그룹 주요 현안 챙기며 기업인으로 복귀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사업 투자 챙길 듯
국민적 관심 높은 백신 확보 성공할지 관심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13일 서울구치소를 나온 후 허리를 깊게 숙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표정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읽혔다. 그는 자신을 향한 걱정과 우려, 비난과 같은 다양한 여론을 언급하며 경제위기 극복이나 백신 확보 같은 굵직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를 최대한 호라용해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에서 과감한 투자를 비롯해 보다 투명하고 존경받는 삼성을 만드는 데 경영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출소 후 바로 경영상황 보고받아=지난 1월 재수감된 후 207일 만에 출소한 이 부회장은 수척한 모습이었다. 수감 기간에 충수염이 발병해 수술을 받은 데다 폭염에도 변변한 냉방 시설이 없는 독방에 갇혀 있으면서 체중이 13㎏나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충수염 수술 직후 7㎏가량 체중이 줄어들었던 이 부회장은 이후 수감 기간이 길어지면서 체중이 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된 수감 생활에서 갓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이날 쉴 틈 없이 경영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 부회장이 구치소 앞에서 탄 제네시스 EQ900 차량이 향한 곳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이었다. 이곳은 본사가 있는 경기도 수원사업장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실질적 헤드쿼터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김기남 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CE부문 사장 등 주요 사장단을 만나 사업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의 최대 현안인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비롯해 최근 신제품을 출시한 스마트폰 등에 초점을 맞춰 사장단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공장 부지 최종 선정과 세제 혜택을 두고 텍사스 주정부 등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20조 원 규모 반도체(삼성전자) 공장은 물론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세워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자 하는 배터리(삼성SDI) 등이 이른 시일 내 투자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 美 배터리공장 속도전=딕 더빈 미국 연방 상원 의원(민주·일리노이)은 전날 “삼성SDI가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의 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총수인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된 만큼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른다. 아울러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특별히 이 부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사업 영역에서 추가 투자나 깜짝 인수합병(M&A) 발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50조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축구장 25개 넓이의 평택 반도체 라인(P3)을 점검하는 일정도 이르면 이달 중에 진행될 수 있다. 다음 주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영 현안 논의를 위해 삼성전기·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만나는 사장단 회의에 이 부회장이 동석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재용 특혜 가석방 강행한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재계 1위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로 돌아간 이 부회장은 자신을 향한 ‘우려와 비난’을 신뢰로 바꿀 수 있는 행보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역시 본인의 가석방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온 진보정당과 시민단체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반대 여론도 흠잡지 않을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오는 17일 정기 회의를 여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백신 확보 행보에도 관심=지난해 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품귀 현상에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연결 고리를 만들어 정부의 백신 확보 작업에 힘을 보탰던 것처럼 ‘백신 특사’로 팔을 걷어붙일 가능성도 높다.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백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을 고려해 국내용으로 생산 물량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을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출소 소회를 밝히던 도중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이번 가석방의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 백신 확보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며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이런 국민의 요구가 있으니 이 부회장이 이에 부응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까지 나온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을 위한 취업 승인을 비롯해 해외 출국 등을 배려하는 법무부의 행정적 조치가 조만간 취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출소 현장은 찬반집회로 어수선= 이 부회장이 석방을 앞두고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는 가석방 결정에 반대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가석방 결정을 환영하는 단체 회원들이 오전 8시 40분께부터 대거 몰렸다. 취재진이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에 출소 소회를 묻는 등 질문을 할 때 이들은 “이재용 파이팅”, “가석방 반대” 등 극과 극으로 나뉜 고성을 내지르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을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2개 중대 2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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