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조건만남 10번 가졌어요’
‘계속 만날 거면 100만원 주고 파트너로 지내쟤요, 더 안받을테니’
헬스트레이너인 20대 A씨는 같은 학교 대학교 후배인 B씨를 두고 자신과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소위 ‘조건만남’을 했다며 대학교 동문들에게 소문을 퍼뜨렸다.
첫 시작은 2019년 9월 경이었다. A씨는 한 대학 동문에게 ‘인스타에서 B씨에게 돈을 주고 만남을 가졌다’고 이야기했다. B씨에게 돈을 보냈는데도 잠수를 탔다며 본 적도 없는 B씨를 두곤 조건만남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의 거짓말은 반복했다.또 다른 동문에게는 “B씨에게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10번 정도의 만남을 가졌다”고도 하고 B씨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지칭하며 ‘이 사람이랑 아는 사이 맞죠?’하며 ‘파트너니 뭐니 그런 얘기를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심지어 B씨의 사진을 보내면서 조건만남 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학교 선배에 B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두 번이나 돈을 주고 만났다”며 ‘계속 만날 거면 100만원 주면 파트너로 지내자고 했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B씨와 조건만남을 한 적도 없으며, 심지어 이와 관련한 연락과 대화 등을 A씨와 일절 한 적이 없었다.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대학 동문 A씨가 B씨와 ‘조건만남’을 했다는 소문은 결국 B씨 귀에도 들어갔다. B씨는 A씨를 고소했고,A씨는 SNS상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극심해 보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전후에 보인 정황 또한 좋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B씨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취지에서다.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의 발언으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가 매우 크다”며 “무엇보다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 중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복 및 수습불가 성격의 피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정에서 A씨는 최후 진술로 “없는 말을 지어내 했던 게 피해자에게 많은 상처가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피해자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잘못한 것도 잘 알고있고 선처 부탁드린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김양섭 부장판사)는 최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헬스트레이너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비교해 양형조건에 변화가 없다”며 “명예훼손의 정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 검사가 양형부당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사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범죄사실을 고백한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