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의 신앙…순교자의 삶 되짚다

■ 탄생 200주년 문화행사 잇따라
가회동서의 사제활동 인형극 재연
명동성당선 순교 후 수습 과정 극화
박해시대 삶 다룬 창작 뮤지컬 등
전국 교구서 '희년' 기념 행사 마련



성 김대건 신부 성인화(고 문학진 작)./사진제공=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당신이 천주교인이오?(1846년 8월26일 옥중 서한 중)’


김대건(1821~1846) 신부가 관아에서 옥중 취조 때 받았던 질문이다. 김대건 신부는 1846년 선교사들을 입국시키기 위해 황해도 연안으로 파견됐다가 관아에 체포됐다. 이를 계기로 천주교인 탄압인 병오박해가 시작됐고, 당시 김 신부를 비롯해 천주교인 9명이 순교했다.


올해는 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오는 11월27일까지를 희년(禧年·Jubilee)으로 선포한 가운데 한국 천주교는 올해 김대건 신부 탄생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희년은 교회 역사상 중요한 사건을 50년 또는 100년 단위로 기념하는 행사다.




서울대교구는 서울가톨릭연극협회와 함께 종로구 가회동성당에서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인형극 ‘가회동 이야기’를 선보인다. 김 신부가 가회동을 어떻게 거쳐 갔는지 보여주는 작은 마리오네트 인형극으로, 극이 끝난 뒤에는 인형 퍼레이드도 이어진다. 김 신부와 강완숙 골룸바, 주문모 신부 모양을 한 높이 3m20㎝의 대형 인형이 가회동성당을 출발해 석정보름우물까지 행진한다.



뮤지컬 ‘우리 벗아’ 오디션에서 연기 중인 배우 장대성./사진제공=서울가톨릭연극협회

한국 천주교의 첫 미사가 봉헌된 가회동성당은 김 신부의 순교지인 ‘새남터 순교성지’ 성지순례 코스와도 연결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김 신부는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 조선으로 돌아와 대표적인 교우촌인 지금의 북촌에 머물렀다. 당시 가회동성당에서 열린 세례식 때 김 신부는 석정보름우물을 성수로 사용하기도 했다.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는 연극 ‘마흔 번째 밤’이 무대에 오른다. 김 신부의 순교 40일 후 신자들이 새남터 모래사장을 찾아와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을 극화한 작품이다. 같은 달 29일부터 31일까지 서소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콘서트 ‘스물두 번째 편지’는 김 신부가 쓴 편지를 바탕으로 신앙과 삶의 역경을 낭독극 형식으로 전개한다. 최호영 신부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에 맞춰 특별 게스트가 출연해 편지를 낭독한다.


창작 뮤지컬 ‘우리 벗아’는 박해 시대의 순교자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김 신부를 21세기로 소환해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시민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오디션을 통해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20여 명의 연기자들이 열정적인 무대는 10월 중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민복기 감독은 “김대건 신부가 활동하던 시대와 현재를 배경으로 잡아 극중 극의 형태로 연출할 예정”이라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구조로 전개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 행사들은 당초 9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해 모두 10월로 연기됐다.



충남 당진 솔뫼성지 내에 설치된 김대건 신부 동상./이호재기자

전국 교구들은 오는 21일을 전후해 김 신부의 순교 영성을 본받는 공연과 순례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각지에서 진행한다. 대전교구는 오는 22일까지 김 신부의 출신지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 일대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행사’를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개최하는 지난 14일 '김대건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17~19일 학술제와 21일 기념 미사, 22일 뮤지컬 ‘마지막 편지’ 공연 등이 이어진다. 이들 행사는 유튜브 대전교구 채널과 김대건 신부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제주교구가 차귀도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제주 용수 표착 재현 미사’를 재현하고 있다./사진제공=주교회의

김 신부는 1845년 8월17일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 라파엘호를 타고 바닷길로 입국했다. 전주교구는 21일 김 신부가 조선 본토에 첫발을 디딘 전북 익산 나바위성지에서 기념음악회를, 제주교구는 28일 김 신부가 라파엘호를 타고 귀국하던 중 풍랑을 만나 표착한 제주도 죽도(현 차귀도)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제주 용수 표착 재현 미사’를 각각 봉헌한다.


이외에도 인천교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 서한 묵상집’을 제작해 신자들에게 보급하고, 수원교구는 제14회 교구 창작성가제 주제를 ‘나는 천주교인이오!’로 정하고 이달 말까지 김 신부의 삶과 영성을 표현한 창작곡을 공모한다. 의정부교구는 교구 소속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비대면 신앙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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