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 게임 빅7, 신작에 운명 달렸다

연초 연봉인상 경쟁 여파 2분기 영업이익 44% 폭락
올 인건비 5,000억 증가…차기작 실패땐 미래 휘청



연초 일제히 연봉 인상에 나선 국내 7대 게임사의 올해 총 인건비 추가 부담액이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연봉이 올랐음에도 채용 경쟁이 벌어지며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임사들은 인건비 부담과 신작 부재에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차기 신작이 실패한다면 기업 미래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시총기준 국내 7대 게임사인 넥슨(일본 도쿄증시 상장·기준환율 적용)·크래프톤(259960)·엔씨소프트(036570)(NC)·넷마블(251270)·카카오게임즈(293490)·펄어비스(263750)·컴투스(078340)의 2분기 인건비는 총 7,06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5,814억 원에서 1,250억 원(21.4%) 늘었다. 2분기 인건비 상승액을 1년으로 단순 환산하면 연간 5,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기간 총 영업비용은 2조464억 원으로 1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건비 상승폭이 총 비용 상승을 이끈 셈이다.


7대 게임사는 2분기 일제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매출은 총 2조5,191억 원으로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총 4,739억 원으로 43.8% 폭락했다. 실적 악화에 영업이익률은 31.2%에서 18.8%로 12.4%포인트 대폭 하락했다. 매출은 감소하는 데 인건비가 총비용을 끌어올리며 수익성이 급감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연봉 상승의 포문을 연 넥슨은 인건비가 28.4% 늘며 영업이익이 42.3% 급감했다. 가장 인건비 상승폭이 큰 펄어비스(48.5%)는 급기야 적자전환했다. 펄어비스는 2분기 매출 절반 이상(51.7%)을 인건비로 썼다.


인건비 부담은 하반기에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각 게임사들이 공격적인 인력 쟁탈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최근 신작 발표 간담회에서 “2022년까지 1,000명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코리아 현 직원 수는 5,143명으로, 연초 연봉 800만 원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졌음에도 20% 가량을 추가 채용하겠다는 뜻이다. 경쟁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기욱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마케팅비는 2분기보다 소폭 하락하겠지만 각 스튜디오 인력 지속 충원으로 인건비는 감소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게임계는 인건비 상승과 신작 부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7대 게임사 중 엔씨·넷마블·컴투스를 제외한 4개 게임사는 올 상반기 사실상 신작이 없었다. 새 매출원은 보이지 않지만 기존 성장동력은 낡아만 가고 있는 구조다. 엔씨는 한차례 출시 연기를 겪고 5월 선보인 트릭스터M이 빠르게 순위권에서 내려오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넷마블이 내놓은 ‘제2의 나라’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난 6월 10일 출시해 2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컴투스는 대표 지식재산권(IP)인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을 4월 29일 출시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리어 신작 출시에 앞서 마케팅비가 크게 늘며 수익성만 악화됐다. 김동수 컴투스 IR실장은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총 마케팅 비 중 백년전쟁 비중이 40% 중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각 게임사들은 결국 하반기와 내년 초 출시할 신작 성패에 사운을 걸게 됐다. 넥슨은 오는 19일 올해 첫 신작인 ‘코노스바 모바일’을 출시한다. 넷마블은 25일, 엔씨는 26일 각각 ‘마블퓨처레볼루션’과 ‘블레이드&소울2’를 선보인다. 펄어비스는 내년 초 초대작(AAA)급 신작 ‘붉은사막’이 대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제작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출시 주기에 따라 실적이 널뛰는 ‘사이클 산업’”이라며 “각사가 ‘투자’인 인건비를 높여 승부를 거는 외줄타기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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