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의 '오판'

탈레반 "전쟁 끝났다" 승리 선언
동맹국들 "철수 성급" 거센 비판
"美 돌아왔다"더니 심판대 오를듯

15일(현지 시간)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접수한 뒤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탈레반의 전쟁 승리 선언은 지난 5월 미국이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 지 고작 3개월 만이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호기롭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혹독한 심판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조기를 내리고 직원 약 4,200명을 모두 철수시켰다.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 5,000명의 병력을 투입해 미국인 탈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탈레반에 권력을 내주게 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했다.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인 카불 시민들은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카불국제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 정가와 동맹국에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막을 내리자 바이든의 성급한 철군 결정이 아프간 전복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프간이 ‘바이든의 사이공’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초강대국(미국)의 당혹스러움을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하원의 토비아스 엘우드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반군에 지고 있는데 어떻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의 공백으로 중국이 아프간에 접근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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