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70%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시점을 당초 오는 11월에서 10월로 한 달 앞당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재까지 접종 완료자는 전 국민의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모더나 등 일부 제조사의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데다 18~49세 사전예약률도 기대에 못 미쳐 10월 집단면역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1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2,238만 6,973명으로 전체 인구(지난해 12월 기준 5,134만 9,116명)의 43.6%에 해당한다. 2차까지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날 하루 5,559명 늘었다. 이로써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총 974만 1,255명이 됐다. 이는 인구 대비 19.0% 수준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백신 접종 일정과 관련해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이고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올해 추석까지 전체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목표 시점이 한 달 앞당겨진 것이다.
이날 방역 당국은 대통령의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의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훨씬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집단면역에 필요한 예방접종률을 7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정부는 당초 11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에 대해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과 감염재생산지수 상승 등의 변화를 반영해 접종 완료 목표는 수시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1차 목표는 예방접종률 70% 조기 달성이고 이후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10월까지 전 국민의 70%(3,600만 명)가 2차 접종을 마치려면 남은 두 달 반 동안 2,626만 명 이상이 추가로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여기에서 집단면역 기준을 70% 이상으로 올리려면 더 많은 인원이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해외 제약사와 협의한 백신 국내 공급 일정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앞서 모더나 백신처럼 수급 불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목표 조기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예약률이 60%에 머무는 18∼49세 청장년층의 접종 참여율이나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부스터샷(예방 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 접종)’ 수요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 가장 후순위 접종군인 18∼49세 일반 국민의 백신 접종 예약률은 이날 0시 기준으로 60.2%를 기록하고 있다. 10부제 예약 기간이 종료된 920만 4,647명 중 554만 3,059명이 예약을 완료한 것이다. 18∼49세는 현재 10부제로 예약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대상자는 1,576만 명이다. 10부제 예약이란 생일 끝자리와 동일한 날짜에만 예약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정부의 최소 기대치인 7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다만 이들은 10부제 예약 후에도 다음 달 18일까지 추가 예약을 할 수 있어 최종 예약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하반기 주력 백신인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도 10월까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정부는 화이자 총 6,600만 회분, 모더나 총 4,000만 회분을 올해 안에 각각 공급받기로 계약했는데 이들 백신은 3∼4분기에 집중적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모더나가 ‘생산 차질’을 이유로 지난 7월 하순 물량 공급 시점을 이달 초로 늦춘 데 이어 8월 예정 물량도 절반 이하로 축소한다고 일방 통보했던 것처럼 제약사가 공급량을 갑자기 줄일 경우 접종 일정은 다시 한번 꼬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접종 원칙상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은 3주, 모더나 백신은 4주 간격을 두고 2차 접종이 권고되지만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8∼9월에는 한시적으로 두 백신 모두 6주 간격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은 백신 공급 지연이 발생한 모더나사를 13일 방문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방문 논의 결과는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미국·유럽 등에서 부스터샷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도 백신 수급에 불리한 요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대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접종 계획이 변동될 여지가 있겠지만 일정 정도의 수급 변화하에서는 계획대로 접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