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월 니카라과의 한 언론인이 아침 출근길에 괴한의 산탄총에 맞아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극의 주인공은 니카라과의 일간지 라프렌사(La Prensa)의 발행인이자 반체제 인사인 페드로 호아킨 차모로였다. 당시 시민들은 소모사 정권에 의해 암살된 차모로를 순교자로 추앙하면서 그의 운구 행렬에 동참했다. 수도 마나과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는 1979년 소모사 정권의 몰락을 초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라프렌사는 1926년 창간된 니카라과의 최고(最古)·최대 일간지다. 1930년 니카라과의 명문 가문인 차모로가(家)에 인수된 후 비판적 논조로 정권의 탄압을 받아야 했다. 1986년에는 ‘반정부 보도’를 이유로 강제 폐쇄를 당했으며 수차례 폭도들의 공격으로 회사 건물이 불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현 집권 세력인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는 라프렌사를 겨냥해 역사상 ‘최악의 적’이라고 공격했을 정도다.
2018년 니카라과에서는 경찰이 오르테가의 종신 집권에 반발하는 시위를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3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좌파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가짜 뉴스’로 인해 반정부 정서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대대적인 언론 탄압에 나섰다. 라프렌사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신문 용지와 잉크를 압류 당하는 바람에 500일 넘게 발행을 중단해야만 했다. 라프렌사의 옛 사장인 비올레타 바리오스 데 차모로 여사가 1990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적이 있어서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니카라과 경찰이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14일 라프렌사의 사무실을 급습해 후안 로렌소 올만 대표를 관세 사기 등 혐의로 체포했다. 앞서 라프렌사는 12일 정부의 인쇄용지 및 잉크 수입품 관세 인상 조치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해야만 했다. 미국의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대통령은 “언론 자유 없이는 공공의 자유와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갈파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 규제법’을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여당은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는 언론 재갈 물리기를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