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 당국 존재 이유 묻게 하는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100만 명의 고객을 모은 모바일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서비스 축소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머지포인트와 유사한 선불 전자 지급 서비스에 물린 선불 충전금이 2조 원에 달해 피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선불 충전금은 선불 업체에 대금 결제나 포인트 사용을 위해 미리 송금해 보관한 돈으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확산 흐름을 타고 폭발적으로 늘었다. 공식적인 선불 전자 지급수단 발행 업자만 67곳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용자가 급증하는데도 관리·감독할 주체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해 하루 평균 접속자 수 20만 명에 발행 포인트 누적 금액이 1,000억 원에 이르렀는데도 금융 당국은 ‘소비자주의보’조차 발령하지 않았다. 온라인 플랫폼과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감독 당국은 ‘워치독(감시자)’ 기능을 상실했고 결국 조금이라도 싼 가격을 찾던 고객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된 ‘인재(人災)’인 셈이다.


금융 당국은 라임 사태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뒷북 대응으로 감독 역량에 대한 불신을 받아왔다. 암호화폐 광풍의 와중에도 정부 부처들은 가이드라인 정립은커녕 관리·감독 주체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하는 등 아마추어 행정의 단면을 보였다. 청와대 역시 예민한 금융 현안들이 줄줄이 터지는데도 감독 당국의 수장을 두 달 이상 빈 자리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과 같은 느슨한 행정 체제로는 복잡한 금융시장의 변화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다. 금융 시스템이 급변하고 긴축의 쓰나미로 언제 부실이 터질지 모르는데 우리는 정치·관치 금융의 잘못된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이러니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커지기는커녕 후진적 사고만 이어지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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