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절벽’ 거론되는데 무턱대고 초슈퍼예산 짜겠다니

정부가 지난주에 총지출 규모를 600조 원 안팎으로 하는 내년 예산안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올해 본예산(558조 원) 대비 7.5% 증액한 초슈퍼 예산이다.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의 내년 총지출 증가율(5.7%)보다도 1.8%포인트 높은 규모다. 정부는 수출 호조와 부동산·주식시장 활황으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해 ‘메가 예산’을 짰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국세 수입 증가 폭(전년 동월 대비)은 4월 12조 8,000억 원에서 5월 10조 8,000억 원, 6월 5조 2,000억 원으로 둔화하고 있다. 법인세만 해도 올 상반기 전체로 10조 원 이상 증가했으나 6월만 놓고 보면 외려 1조 4,000억 원이 줄었다.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 가속화로 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 여건도 여의치 않다. 자산 시장도 불투명해 내년 세수를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세수 절벽이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세입 감소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 세수를 아껴뒀으면 다행인데 이미 끌어다 써 재정 여력도 없다. 6월까지 국세가 지난해보다 48조 8,000억 원 더 걷혔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이용해 재난지원금을 나눠줄 궁리만 해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배정해놓고 쓰지 않은 예산 불용액이 약 34조 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집행도 엉터리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하면 나랏빚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 국가 채무(D1·중앙+지방 정부 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제라도 정부는 대선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예산을 구조 조정하고 국회도 심의 과정에서 걸러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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