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에게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하면서 “대한민국의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홍 장군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하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가 있은지 100년 만”이라며 “장군께 드리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대한민국의 영광인 동시에 장군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굳은 다짐”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장군은 1907년 의병대를 조직해 일본군과 맞섰고 1919년 3·1독립운동으로 분출된 민족의 의기를 모아 대한독립군을 창설해 국내진공작전을 펼쳤다”며 “이듬해인 1920년 일본군 정규부대에 맞서 ‘독립전쟁 첫 대승리’인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끌며 독립전쟁사 최고의 전과를 일궈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군은 일본군조차 ‘하늘을 나는 장군’이라 부르며 경외했을 정도로 용맹했지만 카자흐스탄에서는 한없는 인자함과 겸손함으로 고려인 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을 이끌었다”며 “한반도를 떠나 간도로, 다시 연해주에서 머나먼 중앙아시아 크즐오르다까지 장군이 걸어간 길은 자유와 평화, 정의와 평등을 향한 장엄한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50년 전인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장군께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군의 후반기 생애는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1992년 한국이 카자흐스탄과 수교한 후에야 일제강점기 연해주의 우리 동포들이 중앙아시아에 강제이주될 때 카자흐스탄이 우리 동포들을 따뜻이 품어 주었고 우리 동포들도 카자흐스탄의 발전과 화합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와 함께 카자흐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자부심이자 정신적 기둥이었던 장군의 전 생애가 전설 속에서 걸어 나와 위대한 역사적 사실로 우뚝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과 카자흐스탄 양국의 우정은 단순한 외교 관계가 아니다. 양국 사이에는 홍범도 장군과 고려인 동포들이 있고 포용과 상생의 힘으로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온 공통의 경험이 있다”며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장군의 유해 봉환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다. 장군과 함께 공동체를 일궈낸 고려인 1세대들을 비롯하여 장군을 가장 사랑했던 고려인 동포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훈장 수여식에는 국빈 방한 중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도 함께했다. 훈장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신 받았다.
홍범도 장군은 1962년 항일무장투쟁의 공적과 건국의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추가로 받은 훈장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건국훈장 5등급 중 1등급이다. 1962년 당시 박정희 정부의 추서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던 독립운동가는 안중근, 윤봉길, 김좌진, 김구, 안창호, 한용운, 강우규, 신익희, 이준, 최익현 등이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주역이다.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구심적 역할을 한 점도 평가됐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4월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가진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