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완전 접종률이 50%를 돌파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까지 백신을 완전 접종한 이들이 1억6,77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1회차 접종만 마친 이들을 포함할 경우 비율은 59%(1억9,710만명)로 더욱 높아집니다. 미국인 두 명 중 1명은 백신 접종을 마친 셈이죠. 18세 이상의 성인으로만 한정할 경우 백신 완전 접종률은 더욱 높아져 62%로 늘어납니다. 1회차 접종만 마친 성인까지 포함할 경우 접종률은 72%로 13%포인트 가량 높아집니다.
백신 있지만 안 맞는다…코로나 재확산 불러
문제는 접종률이 몇 주째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루 평균 접종 건수가 71만3,000건으로, 가장 높았던 지난 4월 13일(338만건) 대비 79%나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신이 부족해서는 아닙니다. 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급된 백신은 4억1,437만여건에 달하지만, 이 중 접종된 물량은 3억5,477여건에 불과합니다. 제공된 백신 중 86%만 사용된 셈입니다.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율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CNN은 지난 8~14일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2만9,000명에 달한다며, 지난달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월 말 1만7,000여명에 그쳤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들어 10만명을 넘어섰고, 이달 들어 15만명까지 늘어났습니다. CNN은 일일 신규 확진자 20만명은 백신접종이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았던 지난 1월에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앞으로 몇 주 후에 (미국 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 건수가 20만 건을 넘지 않는다면 놀라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는 재확산의 원인으로 델타 변이와 백신 미접종을 꼽았는데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신규 확진자의 93%는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 7일간 10만 명당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10개 주 중 백신 접종률이 미국 평균인 50%를 웃돈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죠. 델타 변이와 백신 미접종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식당 이용하려면 백신 맞아야…기업·기관도 백신 접종 의무화
이렇게 상황이 다급해지자 뉴욕시 등 일부 지자체는 백신 미접종자의 식당 이용 등을 금지하며 백신 접종 장려에 나섰습니다. 뉴욕시의 경우 최소 1회차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만 실내 식사와 피트니스 클럽, 실내 공연 관람 등이 허용됩니다. 이는 해당 장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캘리포니아도 주 내 모든 초중고 교사와 교직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죠. 샌프란시스코도 뉴욕시처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실내 활동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고,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도 교사와 교직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기적인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것을 요청했습니다.
기관들도 백신 접종 의무화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국영 철도 회사 암트랙은 모든 직원들에게 오는 11월 1일까지 백신을 맞거나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발표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다음 달 13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만 거래소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죠. 앞서 보훈처도 소속 공무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데 이어 보건복지부(HHS)도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관 등에 근무하거나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등 연방 기관도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맥도날드는 다음 달 27일까지 미국 내 모든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마칠 것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 밖에 씨티그룹, 델타항공, 도어대쉬, 씨스코, 블랙락, 구글, 리프트 등도 사무실 복귀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신 의무화 맞서 소송까지…국내서도 거부 움직임 있어
이 같은 백신 의무화는 과연 법적으로 가능할까요? 펜실베니아 캐리 로스쿨의 에릭 펠드먼 교수는 CBS에 "선례가 있다"며 "군인들의 경우 그들이 배치되는 장소에 따라 특정한 백신을 접종해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노스웨스턴 프리츠커 로스쿨의 줄리엣 소렌슨 교수도 "고용주들은 백신 접종을 포함해 공중보건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의무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관이나 기업이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법원도 백신 의무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텍사스에서는 법원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병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이를 거부한 병원 직원 150여명이 해고되거나 퇴사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인디애나대도 모든 학생과 직원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를 명령한 뒤 피소됐는데요, 법원은 대학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들이 여전히 수많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한 로스쿨 교수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조지 메이슨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승인만 내린 상황에서 이를 의무화한 것은 강압적이고 위헌이라는 주장입니다. 백신을 반대하는 시위도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접종율이 단기간에 높아질지는 의문입니다. 원하면 언제든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미국에서 아직까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은 사실상 백신 접종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 의무화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젊은층으로 백신 사전예약 대상을 확대했지만, 18~49세의 예약률은 60.3%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대에서 백신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죠. 아직은 국내 백신 접종률이 낮아 미국처럼 백신 비접종자의 활동을 제한하지는 않고 있지만, 접종률이 정체될 경우 우리 정부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백신을 반대하는 시위가 줄곧 열리는 미국과 프랑스 등처럼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