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공무원 피격 정보공개" 요구에 靑 "한반도 평화 침해"...20일 7개월만 첫 재판

靑, 소송 서류에서 "중대 국익 현저히 해칠 우려"
"대북 첩보는 평화 증진과 통일정책 국익과 직결"
軍 "통신 능력 노출될 수도", 해경 "수사에 곤란"
유족 측 "국가가 피살 때까지 뭐했는지 알려줘야"
인권위가 "인권침해" 판단한 해경에는 사과 촉구

서해에서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서해 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피살 경위를 알려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첫 재판이 20일 열린다. 유족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한지 7개월 만이다. “월북이라는 프레임만 앞세우지 말고 국가가 무엇을 했는지 알려 달라”는 유족의 요구에 청와대는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한반도 평화 증진, 군 경계태세 등 국익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측은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피격 공무원 인권침해’ 판단을 받은 해양경찰청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과와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18일 법원과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에 따르면 20일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이씨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첫 재판이 열린다.


특히 서울경제가 입수한 정부 측 소송 준비서면에 따르면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의 정보는 대통령에게 전달된 구체적인 보고나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지시”라며 “첩보의 입수 경위, 관련 부서의 대응, 우리 군의 군사작전상황, 북한군 동향 등을 두루 포함하고 있어 국가 안전보장과 국방에 관한 사항임이 명백하다. 만약 국가안보실 정보가 공개된다면 유사한 상황에 대한 대응, 기법, 전략이 그대로 노출돼 국가안보와 대공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군 경계 태세에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나아가 “정부는 한반도 평화 증진, 민족동질성 회복 등을 책임지는 특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북 첩보와 관련한 정보는 한반도 평화 증진과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수행이라는 국가의 이익과 직결됐다”며 “국가안보실 정보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과 관련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 측은 “대한민국 통신 수집 능력이 노출될 수 있다”며 “주변 해역에서 해군의 작전 의도와 능력이 노출돼 북한이 악용할 수 있다”고 반대 논리를 세웠다. 해경 측은 “해경 수사 결과·의견이 노출되면 수사기관 직무수행에 곤란을 초래한다”며 정보 공개 거부는 합당하고 밝혔다.


이에 유족 측은 “피해자가 생존해 있을 때 어떤 조치를 했고 피살될 때까지 무슨 노력을 했으며 어떻게 보고했는지 물었음에도 국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씨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만 참석하고 동생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 월북의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국가안보라며 입을 닫는 법리적 답변에 무성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첫 변론에서는 유족 측과 정부 측의 입장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씨는 동생이 피살당한 직후인 지난해 10월6일 국방부에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 파일과 다른 녹화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해당 정보가 정보공개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군사기밀보호법상 기밀’이라며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달 14일에는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함께 탄 동료 9명의 진술조서를 보여 달라며 해양경찰청에, 28일에는 사건 당일 받은 보고와 지시사항 등을 밝혀 달라며 청와대에 각각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 1월13일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이와 함께 지난 17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앞으로 피해자인 동생 인권 침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증명도 보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7일 “해경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인의 사생활을 상세히 공개하고 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표현한 행위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해양경찰청장에게 당시 해경 수사정보국장과 형사과장을 경고 조치하고 직무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씨는 “인권위 판단 이후에도 해경은 사과도 하지 않았고 후속 조치를 했다고 알린 바가 없다”며 “관련자들에게 경고 등 문책을 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답해 했다.


이씨는 지난달 8일 홍콩 주재 북한영사관과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에 e메일을 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해당 서한을 전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구된 지난 7월28일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북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달 10일 연락선은 다시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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