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물납제, 현금납부 유도하도록 설계해야…‘물납제’ 개선 토론회 개최

“조세회피 막기 위해 연부연납 기간 확대하고 물납에 우선해야”
“물납 재산 처분 가액으로 세금 납부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만”
“미술품 물납제는 공공에 이익…일본 등록미술품제도 참고해야”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보 216호 인왕제색도를 감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세금을 현금이 아닌 자산으로 내는 ‘물납제’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물납을 허용하더라도 연부연납 제도를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으로 ‘금전납부’ 원칙을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제도화 요구가 높은 문화재·미술품 물납제의 경우 ‘국민 문화 향유권 증진’의 측면에서 도입이 필요하지만 조세회피로 남용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납 대상을 제한하고 객관적인 감정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 의원은 이날 줌(ZOOM)을 통해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부가 물납 받은 재산 중 매각하지 못한 재산 가액이 총 1조 4,395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상속세와 재산세에 대한 물납 허용이 조세원칙에 의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준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세금 금납주의 원칙 확립을 위해 현금으로 세금 납부가 어려운 경우로 물납을 제한해야 한다”며 “연부연납도 어려운 상황에서만 물납을 허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 하다. 연부연납 기간도 10~15년까지 늘여 현금 납부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부연납은 세액이 많은 경우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최대 5년의 연부연납을 허용하고 있다.


물납제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제도도 제시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물납 재산 처분시까지 납부를 유예한 뒤 처분 된 가격으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미래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자산을 물납해 처분 손실을 국가에 전가하는 조세회피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소영 한미회계법인 회계사는 “충분히 고민해볼만 한 제도”라며 “물납 재산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처분이 부적절한 자산의 경우 물납을 거부하고 그 거부 근거 규정을 촘촘히 정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 기부를 계기로 화제가 된 문화재·미술품 물납제에 관해 “국민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국·공립 시설이 질 높은 문화재·미술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감정평가 제도를 내실화하고 물납 문화재·미술품 대상을 엄격히 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상인 경제실천연합 재벌개혁본부장은 “문화재·미술품 물납 역시 연부연납도 안 되는 경우에만 한정해야 한다”면서 “문화재·미술품 범위가 넓고 가치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사전에 물납 대상을 등록하는 일본의 ‘등록미술품제도’와 유사하게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감정평가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으므로 물납의 가치가 충분한 문화재·미술품을 사전에 지정해 객관성을 확보하자는 논리다. 발제자로 나선 최병식 경희대학교 교수 역시 “감정 제도와 전문가를 육성이 우선 과제”라면서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되 허용 범위를 조금 더 넓히는 것이 적절하다”고 부연했다.



세금으로 받는 ‘물납’의 문제점 분석과 개선방안 토론회 포스터 / 자료제공=양경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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