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은행에 보관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정부 자금을 동결했다.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의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1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지난 15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4월 기준으로 94억 달러(약 10조 9,886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수십억 달러가 미국 내에 있는데 정확한 규모는 불분명하다.
탈레반이 9·11테러 이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기 때문에 동결 조치를 위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인 재무부뿐 아니라 국무부와 백악관 관리들도 자금 동결에 관여했다고 WP는 전했다. 현재까지 탈레반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이 범정부 차원에서 자금 옥죄기를 통해 탈레반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행정부의 한 관리는 WP에 “아프간 정부가 미국에 보유한 자산은 탈레반에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아프간군 지원을 위해 보내는 연간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도 끊길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군이 인권과 여성의 권리 보호에 헌신하는 민간 정부에 통솔되고 있다는 것을 미 국방장관이 의회에 입증할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자금 제한이 탈레반에 대한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다”며 “(이는) 타당한 조치”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아프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웨이스브롯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틀어쥐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탈레반에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 아프간 경제를 파괴하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