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손들어준 수심위...최종 판단은 법원 몫으로

“고의성 없다” 백 전 장관 측 의견 수용…혐의 추가 없이 재판 진행
수심위 권고 효력…하지만 수사팀·대검 지휘부 이견이라 수용할 듯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우려 사라져…김오수 총장 결단 힘 실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과 관련해 배임교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불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원전 조기 폐쇄는 정책적 판단”이라는 백 전 장관 측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백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가 사실상 막히면서 월성 1호기 의혹을 둘러싼 진상규명의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수사심의위는 백 전 장관을 불기소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5명의 현안 가운데 9명이 검찰의 공소제기를 반대했다.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다수 위원들은 이번 사안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원전 중단으로 이익을 본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백 전 장관 측의 의견에 동의했다. 앞서 수사팀은 정부를 ‘이익 주체’로 보면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된 것이 가동 중단으로 이어져 한수원에 1,481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 백 전 장관은 마치 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처럼 지시했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수사팀은 이를 통해 정부가 한수원에 대한 손실 보상 책임을 면제받는 이익을 거뒀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수사팀이 지난 6월 기소한 백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도 백 전 장관이 원전을 중단하면 한수원이 손해를 입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현 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행할 목적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 조작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수 위원은 백 전 장관 측과 마찬가지로 정부를 이익 주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수사심의위 종료 후 입장문을 통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국민과 정부에게만 이익이 발생하고, 한수원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이 공기업인 한수원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고리1호기의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최대 2,688억원으로 추산됐음에도 한수원이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계속 운전을 신청하지 않았던 사례도 거론했다.


변호인은 “전력시장은 공공시장으로서의 특성이 있고 한수원의 수익은 이러한 정책적 의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결국, 한수원의 예측치에 불과한 경제성평가를 확정된 수익인양 전제한 채 배임죄를 논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공공시장적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검찰이 백 전 장관을 이미 기소한 직권남용 혐의와 배임 혐의는 법률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 전 장관의 교사행위로 정범인 한수원이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배임이나 업무방해를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취지다.


이번 수사심의위의 권고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도 한결 부담을 덜었다. 만약 백 전 장관이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될 경우 한수원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 주주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빗발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결단력’도 재평가를 받을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의 기소 의지에도 수사심의위를 열면서 “수사 뭉개기”라는 비아냥이 나왔지만, 결국 김 총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 의혹에 대한 판단은 이제 법원이 내리게 된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백 전 장관 등의 첫 재판은 오는 24일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주심 김주연 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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