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에서 비싼 코발트(Co)를 1% 미만으로 줄이고 니켈(Ni) 함량을 98%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자연스레 배터리 가격 절감을 꾀하면서도 양극재의 용량을 16%가량 늘릴 수 있어 주행거리도 적잖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의 조재필 특훈교수가 창업한 에스엠랩이 처음으로 배터리 용량을 좌우하는 요소인 니켈의 함량을 98%까지 높인 양극재를 개발해 내년 초 양산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보통 니켈 함량이 1% 늘어나면 소재 1㎏당 용량은 2Ah(암페어시)가 증가한다. 니켈 함량을 90%에서 98%로 높이면 용량이 16Ah 늘어난다. 에스엠랩 최고경영자(CEO)인 조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의 양극재가 보통 100㎏이라는 점에서 1,600Ah만큼의 용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배터리사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잖게 주행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는 경쟁사보다 2년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교수팀이 Ni98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셀의 구현 용량은 230Ah/㎏이다.
연구팀은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 수명과 안정성이 줄어드는 문제를 ‘세라믹 계열의 신규 코팅 물질’을 적용해 개선했다. 현재 상용화 중인 하이니켈 소재의 니켈 함량은 88~90% 정도이며 양극재를 합성할 때 소재 표면에 남아 있는 리튬 불순물을 물로 씻어서 제거하는 공정(수세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세척 과정에서 다량의 원소가 물에 녹아 양산 품질을 확보하지 못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3곳(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이 이론적으로 양산 가능한 최대 니켈 함량을 94%로 제시하고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상용화한 양극재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뭉쳐진 ‘다결정 형태’인데 배터리 재료를 일정한 두께의 판으로 만드는 압연 공정에서 쉽게 부서진다. 이때 다결정 소재가 깨지면서 불필요한 반응을 촉진하며 가스 발생이 늘고 충전·방전 주기에도 악영향을 줘 수명이 감소한다. 연구팀은 ‘단결정 형태’로 양극재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확연히 줄였다. 비싼 코발트 함량도 1% 미만으로 만들었다. 보통 니켈 함량 90% 양극재는 코발트를 5% 이상 사용한다.
한편 조 교수는 니켈 함량 83% 이상의 양극재를 수세 공정 없이 단결정 형태로 양산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640억 원의 누적 투자 유치금을 바탕으로 오는 2023년 7월까지 단결정 양극재 생산량을 현재 7,200톤에서 2만 1,6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