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증여 받아 개발지 빌라 산 ‘금수저’ 97명 세무조사

창업한 음식점 매출도 없는 10대, 수십억 고가주택 매입
소득 전혀 없는 배우자와 수십억 재건축 아파트 취득
국세청, 20대 이하 연소자 자금출처 검증 대폭 강화키로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편법증여 혐의 주택 취득 연소자 등 97명 세무조사' 착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


#소득이 거의 없는 20대 초반의 연소자 A는 개발예정지역 빌라를 수억 원에 취득하면서 수억 원의 임대보증금을 승계하고 나머지는 자기자금으로 취득한다고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했다. A는 어머니 사업장에서 일용근로자로 근무하며 연간 소득이 수백만 원밖에 없어 고액 연봉자인 아버지로부터 빌라 갭투자 자금을 편법 증여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직 사업자 B는 신고 소득이 수년 간 수억 원에 불과한데도 신고소득이 전혀 없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를 수십억 원에 취득했다. 과세당국은 배우자에게 아파트 취득 자금을 편법 증여한 혐의로 자금출처 조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소득이 전혀 없는 10대 후반의 연소자 C는 음식점을 창업하면서 수억 원의 보증금과 인테리어비용 등 창업자금을 부담했다. C는 음식점 매출이 많지 않은데도 다음 해 수십억 원의 고가 주택을 취득했다. C는 기업 대표이자 고액 자산가인 아버지로부터 사업장 임차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의 창업자금, 고가 주택 자금을 증여 받았으나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혐의가 있다.



국세청은 부를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탈루한 소득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고가 주택을 취득하는 등 변칙적 부동산 탈세행위를 포착, 9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소득이 전혀 없거나 사회생활 초기여서 주택 취득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연소자로서 취득자금을 편법증여 받은 혐의가 있거나 부모가 자녀 명의로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주 타깃이다. 이들 중 고가 아파트 취득자는 40명,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취득자는 11명이다. 국세청은 다주택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부모가 자녀 명의로 취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대 이하 주택 취득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3%에서 올 2분기 6.1%로 상승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고가인 서울 지역에서 20대 이하 취득 비중이 더 높았다.


또 운영하는 사업체의 소득을 탈루하거나 법인자금을 부당 유출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고가의 재건축아파트를 취득한 사업자가 46명이다. 국세청의 모니터링 결과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랜드마크 재건축 단지에서 취득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거래 내역이 파악됐다.


국세청은 소득이 없거나 미미한 연소자의 경우 취득자금을 부모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증여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자금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차입금을 통해 주택을 취득했을 경우 가장 차입금 여부를 정밀하게 검증하고, 보증금을 승계해 샀다면 보증금 외의 금액을 누가 지급했는지 확인해 증여 여부를 검증한다.


특히 앞으로는 연소자가 일정금액 이상 주택을 취득할 경우 자력 취득 여부 등 자금출처 검증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특수관계자간 차입금 등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부채에 대해서는 차입금 완제 시까지 상환 내역에 대해 철저히 사후관리할 계획”이라며 “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사업자는 수입금액 누락, 가공경비 계상 여부는 물론 부당한 회계처리를 통한 자금유출 여부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