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컨설팅에서 신고 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한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4대 거래소라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도 특금법 신고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 와중에 부산에서는 1,500억 원을 들여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업계에서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온 거래소들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지자체 주도로 거래소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과 함께 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일까요?
한 주간 이슈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 주 정리입니다.
지난 17일 정부는 지난 6월부터 한 달 간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현장컨설팅 결과를 밝혔습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이 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일정 요건을 갖추고 9월 24일까지 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는 거래소들이 실제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정부는 컨설팅 시점에서 볼 때 신고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는 없었으며, 특금법 이행 준비사항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신고수리 기본 요건인 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은 컨설팅을 받은 25개사 중에 19개사입니다. 이 중에서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4대 거래소에서만 운영 중입니다. 정부는 이 4개 업체도 은행의 평가가 다시 진행 중이라 실명계좌 발급이 연장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는 자금세탁방지체계 부분에 있어서도 거래소들이 자체 내규는 있지만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고 마감 기한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주요 거래소들이 기준에 미달된다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주요 거래소들이 9월 24일 이후 줄폐업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소를 이용하던 기존 투자자들이 거래소에 예치했던 자금을 한꺼번에 빼려고 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죠.
기존 거래소도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 이 시장에 신규 사업자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나타났습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 업체 온더가 부산시와 국내 빅테크 기업 중 한 곳, 대형 자산운용사 한 곳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2023년 초 출범이 목표이고, 약 200명의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죠.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일반 코인 거래 뿐 아니라 증권형토큰(STO),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거래, 디파이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온더는 거래소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기 위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도 전했습니다.
사실 이 온더라는 기업은 거래소 운영 경험이 전무합니다. 블록체인 레이어2 확장성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이죠. 부산시가 협력 업체로 온더를 선정한 배경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사실 처음 특금법이 나왔을 때 업계에선 우려가 많았습니다. 문턱이 너무 높아서 스타트업은 사장되고 대기업 등 기득권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죠. 부산시 사례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몇 년 동안 거래소를 운영해온 사업자들도 신고 수리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혀 거래소 운영 경험이 없는 기업이더라도 부산시와 손잡으면 특금법 프리 패스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