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 펴더니…코로나로 사망·중태 빠진 美방송인들

테네시주 기독교 라디오 진행자 드영, 지난 15일 코로나로 숨져
마스크·백신 무시 발언 인기 라디오 방송인 필 발렌타인은 위독

마스크와 백신의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미국 인기 라디오 진행자 필 발렌타인이 코로나19로 중태에 빠졌다고 16일 가족들이 밝혔다. /필 발렌타인 페이스북 캡처

백신에 대해 음모론을 펼치거나 조롱하던 미국 테네시주의 방송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졌다. 19일(현지시간) 현지언론 '샬럿 옵서버'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방송인 지미 드영이 지난 15일 8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지난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8일 만이다. 그의 아내 역시 감염됐으나 현재 집에서 회복 중이다. 드영이 백신을 접종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기독교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가 진행하는 기독교 라디오 프로그램 '오늘의 예언'은 전 세계 1,500개 라디오에서 방송되고 있다고 그의 웹사이트는 소개했다. 드영은 생전 자신의 방송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그는 출연자에게 "백신이 요한계시록 3장의 짐승의 표와 관련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지난 2월 방송 출연자인 샘 로러에게 "백신이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로러가 "정부 관계자들은 백신에 대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말하자, 드영은 "대단히 중요한 정보"라며 동의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비판하던 다른 테네시주의 라디오 방송인도 중태에 빠졌다. 20일 '샬럿 옵서버'는 테네시주 내슈빌의 인기 라디오 방송인 필 발렌타인(61)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발렌타인의 가족들은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발렌타인이 중태에 빠졌으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의 가족들은 지난달 발렌타인의 입원을 발표하며 "부디 모두가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보수성향 방송인인 발렌타인은 마스크와 백신의 효능에 대해 무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코로나19로 죽을 확률은 1%도 안 될 것"이라며 "일반인은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을 개발한 공로는 인정하지만, 백신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정부의 백신 접종 노력을 조롱하는 노래를 방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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