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투 유치, 질적 성장 이루려면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K뉴딜·소부장 등 성장 주력산업
외투 집중시켜 선진기술 이전 돕고
전후방 산업 연계해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쟁력 제고 디딤돌 만들어야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로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액 기준 131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1.5% 증가했다. 이는 올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 회복률이 전년 대비 10~15%에 그칠 것이라는 유엔의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며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고무적인 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성과가 나온 것일까. 지난 2015년 이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가 6년 연속 200억 달러대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호실적은 일회성 이벤트는 아니다. 외국인직접투자 200억 달러는 국내총생산(GDP)의 1%가 넘는 수준으로 무역 1조 달러 달성과 함께 우리나라가 균형 잡힌 개방형 통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체로 통상 선진국들의 외국인직접투자 수준은 GDP 대비 1.5~2% 수준이다. 최근 외국인직접투자가 200억 달러를 넘어 300억 달러를 바라보면서 무역과 외국인직접투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질적 성장’을 위한 전환점에 있다. 질적 성장을 논하기에 앞서 외국인직접투자 자체의 순기능을 되짚어보자. 외국인직접투자는 외환보유액 확보, 국내 고용 창출, 지역 산업 활성화 등의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선진 기술 이전을 통한 국내 산업의 생산성 향상 및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KOTR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 기업의 39%가 수출 실적이 있고 우리나라 총수출의 18.5%를 차지하는 등 수출 기여도도 크다.


외국인직접투자의 질적 성장은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의 순기능을 국가 성장에 필요한 산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K뉴딜(그린뉴딜·디지털뉴딜), 소재·부품·장비 등 첨단 분야 산업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통해 첨단 분야의 선진 기술을 이전해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센터, 지역 헤드쿼터 등 전후방 연계 효과가 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유리한 투자 형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지난 상반기 통계를 살펴보면 질적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K뉴딜 산업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전년 동기 대비 160% 가까이 성장했으며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전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 서비스 산업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200% 넘게 증가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가 점차 ‘첨단·고부가가치’화돼가는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첨단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전략’을 보면 정부 역시 투자 유치의 질적인 측면을 고민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첨단 소재·부품·장비 △DNA(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백신 등 핵심 분야 중심 ‘첨단투자지구’ 도입, 지역 R&D 기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강화 등의 세부 전략에서는 첨단 분야 위주로 양질의 투자를 겨냥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보인다.


관건은 이러한 전략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추진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국가 투자 유치 진흥 기관인 KOTRA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경제자유구역청, 각 항만공사 등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또한 반도체·2차전지·조선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산업의 주요 기업 및 협회·단체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국내 선도 기업의 바잉파워 및 기업 운영 계획 등은 외국인투자가들에 매력적인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제는 첨단 분야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국가의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역대급의 투자 유치 실적을 기록한 것도 높게 평가돼야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정부의 ‘첨단 외국인직접투자 전략’이 한국 외국인직접투자유치사(史)에 ‘질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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