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文정부 부동산정책 총체적 대참사"

■ 서울시장 인터뷰
이제라도 실패 겸허하게 인정해야
재건축 첫단추 안전진단 규제 완화
포기 않고 국토부에 계속 건의할 것
"안양·홍제·중랑·탄천 지천 중심
'제2한강르네상스' 추진
태릉CC 주민수용 한도 내 공급
"35층 룰은 폐지 원칙 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호재기자


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집이 없는 국민도, 집을 가진 국민도 모두 피해자로 만든 총체적 대참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인위적인 재개발·재건축 억제책이 10년이나 계속되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무시한 정책 기조가 문재인 정부 4년간 가지를 치고 확장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앙등했다”고 지적했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값 고점’을 언급한 후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가 되레 올랐다는 점을 들며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정책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의 근본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토부가 권한을 갖고 있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로서 재건축 정상화의 전제라 할 수 있다”면서 “재건축이 최소 3~5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조속히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5년 이후의 주택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답답한 심정이지만 서울시로서는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호재기자


<한강르네상스 시즌2…70개 물길 정비한다>


한강 본류를 비롯해 서울 전체를 관통하는 70여 개의 물길 일대를 지역 경제 활성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른바 ‘한강 르네상스 시즌2’다.


오 시장은 “25개 자치구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70여 개의 물길 일대를 활용해 문화와 예술·경제활동이 가능한 ‘수(水)세권’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에는 한강 본류 외에 안양천·탄천·홍제천·중랑천 등 4개 지천을 중심으로 36개 지방 하천, 18개 소하천, 15개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오 시장은 “10년 전 한강 르네상스를 통해 한강변을 생활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지천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차원의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자연스럽게 지역 균형 발전까지 도모하는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35층 층고 제한 폐지 "원칙은 섰다">


“35층 층고 제한 폐지에 대한 원칙은 섰습니다. (공식) 발표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재건축 역시 대대적으로 발표는 못하지만 현장에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 공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 달 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대차법, 양도세 강화 등 중앙정부의 각종 규제에 따른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 보니 공개적으로 발표를 못할 뿐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오 시장은 35층 층고 제한을 폐지해 연말 발표할 서울시 법정 최고 도시기본계획인 ‘2040 서울플랜’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2040 서울플랜에서 높이 기준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면서 “20년 후 서울의 미래상을 예측한 토대 위에 주택·산업·문화 등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이 종합적·입체적으로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상식을 뒤엎는 대전환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35층 층고 제한은 서울의 스카이라인 관리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마치 ‘절대 선’인 것처럼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되면서 오히려 서울 경관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수립한 ‘2030 서울플랜’에 제3종 일반주거지역 35층 이하 기준을 포함한 뒤 이 기준을 넘어서는 재건축 계획은 모두 심의를 반려해왔다.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성냥갑의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층고 제한 폐지가 이뤄질 경우 여의도와 압구정·반포·잠실 등 한강변 대단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조합들 사이에서도 층고 제한이 완화되면 시가 요구하는 공공 기여 비율이나 임대 아파트 의무 비율 등에 대해 긍정적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발표 안 한다>


오 시장은 취임 이후 공공기획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시장에서는 서울시가 재건축도 이와 유사한 플랜을 발표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짜는 정부와 국토교통부의 스탠스가 그대로인데 제가 취임했다고 확 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재건축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임대차 3법, 세제 강화, 대출 규제 등의 효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 때문에 오른다고 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대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꾸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실마리가 하나 둘씩 풀리면서 개별 단지별로 진도가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면서 현장에서 변화의 단초들을 하나하나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건축 심의 단계에 묶여 있던 6개 재건축 단지의 건축설계 안이 얼마 전 통과된 것을 들었다. 잠실 미성크로바, 방배 신동아, 응봉1구역, 가락현대5차, 가락상아1차, 용산 산호 등이다. 또 멈춰 있던 여의도·압구정·은마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지면서 주민 의견이 반영된 재건축 사업 계획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지구단위계획이 수립 단계에 있는 여의도·압구정의 경우 시·구 합동 보고회, 주민 협의체 현안 회의 등을 통해 지구단위계획안을 순조롭게 보완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통해 소개한 공공기획이 재건축에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비사업 공공기획이 이뤄지면 절차는 단축하고 추진 속도를 높이면서 건축 디자인 혁신을 도모하고 토지 효율성을 높여 기존 세대수 대비 신규 주택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이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으로 제시한 태릉CC·용산정비창 등의 공공주택 건설 규모와 관련해 오 시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주민들이 동의 및 수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이 같은 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지자체들이 반대하면서 현재 정부와 서울시는 세부 주택 공급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그린벨트는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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