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국민권익위원회가 23일 발표하는 부동산 거래전수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렬하게 질타해온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심각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드러날 경우 여론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의원들에 대해 출당조치를 했다. 국민의힘(104석)도 동일한 조치에 나설 경우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하의 정당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권익위는 16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권익위는 △조사 개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송부 내용 △의혹 건수 △주요 의혹 유형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행 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는 부동산 거래와 보유 건에 대해서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비공개로 통보하고 소속 정당에도 즉시 알린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에서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공소시효 기간 7년 내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현재 보유 내역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조사 과정에서 투기나 위법이 의심되는 사례는 현지에서 실태 조사를 병행하고, 금융거래내역 제출과 소명도 요청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한 민주당의 부동산 전수조사 기준과 동일하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 연루 여부다. 정치권과 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 약 10여 명이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소명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심각한 투기 의혹이 불거져 권익위가 수사본부에 통보할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집값을 끌어올리고 보유세 부담도 늘리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왔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이 무더기로 투기 의혹에 연루되면 비판의 정당성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정치권의 초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투기 의혹 의원에 대해 어느 수준의 처벌을 결정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지난 6월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의원 12명에 대해 자진 탈당 조치를 했다. 이 가운데 7명이 실제로 탈당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징계 수위가 낮을 경우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론을 의식해 강한 징계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이 문제에 대해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며 “그것을 기반으로 지도부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참고해서 결정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의원이 다수가 나올 때다. 국민의힘의 현재 의석은 104석이다. 이 대표의 공언대로 민주당 이상(탈당 권고)의 조치를 내리면 연루 의원 수에 따라 개헌저지선(100석) 이 무너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