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달래기 나선 한미…"대북 인도적 협력 방안 논의"

美 다시 '조건없는 대화' 의지 피력
한미간 대북 보건 인도협력도 논의
단, 北 인도적 지원 거절한 바 있어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하는 성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방한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준비가 돼있다”며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한미 외교 당국은 보건 분야에서의 대북 인도적 협력 방안도 논의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성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북측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장기간 지속된 연례적이고 순전히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번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CMST) 개시 시점부터 비난 담론을 발표하고 남북 통신선마저 단절해 긴장감을 유발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대화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이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인도적 협력 카드를 꺼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 양국이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성김 대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로 남북 대화와 관여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으며 계속해서 남북 인도적 협력 사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백신외교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겠다는 한미 양국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추가 도발도 암시한 상황에서 성김 대표는 한반도 위기 관리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연구소장은 “북한 문제가 미국 정치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되기 전에 바이든 행정부는 추가 도발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국이 백신 외교를 윤활유 삼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인도적 지원 여부가 거론되던 지난달 11일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이란 다른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북 인도협력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또 북한은 지난 5월 코백스(COVAX)로부터 백신 199만2,000회분 가운데 170만4,000회분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국경봉쇄를 풀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지금 코로나19 위기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만큼 외부 지원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국제사회 인도주의 지원에는 내부 모니터링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를 꺼려한다”며 “백신이 정말 필요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에 먼저 기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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