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코로나19 예방 접종를 위해 확보하겠다고 밝힌 백신 9,000만 회분은 기존 목표인 5,000만 회분보다 4,000만 회분 늘어난 수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행을 주도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출몰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1·2차 접종 후 생성된 항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유영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이유는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백신 공급 불확실성 또 변이 바이러스 대응 필요성이 여전히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가 현 유행 상황을 장기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람다 등 또 다른 변이가 출몰하면 현재 접종에 활용되는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전세계에서 델타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며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 전 국민의 62.91%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도 델타 변이로 인해 확산세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또 람다 변이 등 신규 변이 바이러스가 새롭게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위험도 존재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람다 변이는 지난해 10월 페루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로, 최근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우세화가 관찰되고 있다. 람다 변이에 대한 백신 방어력이 일부 약화됐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전 세계적으로 좀 더 면밀한 조사와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물량은 접종 완료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의 지속기간을 아직 알 수 없어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60세 이상을 상대로 3차 접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은 오는 9월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다. 우리 정부는 현재 상반기에 접종을 완료한 고위험군 고령층부터 추가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추세가 "9월까지는 유행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그 이후에) 완만하게 꺾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정 청장은 "조금 늦은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 "50대 연령층이 9월에 집중적으로 접종하게 해서 10월까지는 2차 접종률 50%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접종 완료자가 국내 인구의) 70%가 된다고 해도 30%의 미접종군이 남아 있고 영국, 이스라엘처럼 미접종군을 중심으로 한 유행이 생길 수 있어 기본적 역학이나 의료대응을 같이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