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아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반토막 나면서 반기 매출이 1조 원 밑으로 추락했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중국 내 조직을 정비하고 전기차를 투입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올 상반기 3조 1,65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하반기보다 매출 규모가 24% 줄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4,363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6,120억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수천억 원대의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의 중국 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올 상반기 매출이 9,994억 원에 그쳐 지난해 하반기(1조 9,779억 원) 대비 반토막 났다. 중국 매출이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다 급기야 1조 원 밑으로 추락한 것이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3,101억 원에 달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상반기 영업손실을 합치면 7,500억 원에 육박해 현대차그룹의 실적을 상당 부분 갉아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독일차 등 고급 수입차에는 브랜드 파워에서, 토종 브랜드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총 24만 9,23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의 27만 9,403대와 비교해 10.8%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상반기(41만 6,684대)와 비교하면 40.2% 급감했다.
올 상반기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회복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6년만 해도 중국에 한 해 179만여 대의 자동차를 팔았으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지난해 판매량이 66만여 대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중국 조직을 재편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반전의 주인공은 전기차와 수소 사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를 각각 현대차와 기아의 대표이사 산하로 재편했다. 연구개발(R&D)과 상품 부문 역시 본사 연구개발본부와 상품본부 책임 체제로 전환했다. 중국 전담 조직과 인원이 독자적으로 중국 사업을 운영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부진을 탈출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본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올 4월 상하이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아이오닉5와 기아 EV6, G80 전동화 모델을 내년 초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21개의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 수소 시장 공략을 위해 광둥성 광저우시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장도 미래의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아이오닉5·EV6 등이 중국에 출시된다”며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진짜 승부는 전기차 출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