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7조 원이나 날아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추가 리콜 결정 소식에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가장 크게 주가가 폭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LG화학의 급락세와 함께 관련 소재 업체들도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증권가 일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더라도 낙폭은 지나치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LG화학은 전 거래일 대비 11.14% 하락한 79만 8,0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일간 변동률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3월 19일(-17.86%) 이후 최대 낙폭이다. 주가가 폭락하자 전일 약 63조 3,919억 원(보통주 기준) 규모였던 시가총액은 이날 55조 9,091억 원으로 7조 4,828억 원이 증발했다.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포스코케미칼은 전 거래일보다 2.80%가 하락했고 솔루스첨단소재 주가는 전장보다 1.58%가 빠졌다. SKC는 8.43%나 급락했다.
LG화학으로 대표되는 2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요동친 것은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전기차(EV)의 추가 리콜 소식 때문이다. GM은 10억 달러(약 1조 1,835억 원)를 들여 볼트 7만 3,000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밝혔다. 앞서 GM은 지난 2017~2019년 생산된 볼트 EV 약 6만 9,000대에 대해 배터리 모듈 부품을 바꾸는 리콜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GM의 이번 리콜에 따른 배터리 모듈 교체 비용은 총 18억 달러(약 2조 1,303억 원)에 이르며 관련 비용을 배터리셀 등을 생산한 LG 측에 청구할 것으로 알려진다.
LG화학이 이번 리콜로 추가로 부담해야 할 규모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앞서 진행된 리콜에서는 910억 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는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충당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계속된 리콜 사태로 LG화학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 또한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날 급락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일차적인 리콜 비용 부담은 반영됐고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같은 규모의 충당금이라면 1,000~1,500억 원 수준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면서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시총이 7조 원이 날아간 것은 심하다”고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는 견해도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콜 이슈는 LG화학의 기술력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배터리 양산 기술 자체의 난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신규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지고 LG화학 점유율 하락이나 배터리 마진 둔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