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년새 168조 급증…한은, 기준금리 인상 고심

2분기 가계신용 첫 1,800조 돌파
전년 동기 대비 사상 최대폭 증가
주담대·공모주 청약 등 빚투 영향
한은 "금리 올리면 속도조절 효과"


가계 부채가 3개월 만에 41조 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1,800조 원을 넘어섰다. 가계 부채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지난 1년 사이 초저금리에 168조 6,000억 원(10.3%) 늘며 증가 폭도 사상 최대를 기록해 경제 전반에 걸쳐 거품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금융 불균형 우려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됐다.


한은은 24일 올해 2분기 가계 신용 잔액이 1,805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1조 2,000억여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액이다. 지난해 6월 말 대비로는 168조 6,000억 원이 늘어나면서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 신용은 은행과 보험사, 대부 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가계가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신용 판매)까지 포함한다.


가계 신용은 보통 경제 성장과 함께 증가세를 보이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가계 신용 잔액은 지난해 4분기 1,700조 원을 돌파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1,8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 가계 신용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0.3%로 2017년 2분기(10.4%) 이후 가장 높다. 2019년 4분기(4.2%)부터 한 번도 꺾이지 않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 대출은 2분기에만 38조 6,000억 원 늘어나면서 1,705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액이다. 주택담보대출이 17조 3,000억 원 증가한 948조 3,000억 원, 일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21조 3,000억 원 늘어난 757조 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4월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발생해 기타 대출 증가세가 주담대를 앞질렀다.


가계 부채와 함께 가계 신용을 구성하는 판매 신용은 100조 6,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 7,000억 원 증가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소비 심리가 개선되자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 여신 전문 기관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가계 신용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은 강화됐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를 보인 일부 금융통화위원들은 집값 상승과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도 이날 향후 금리 인상이 가계 대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증가세가 멈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는 폭에 따라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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