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철수를 공식화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매달 이사회를 앞두고 매각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이 수차례 번복으로 ‘빈말’이 됐다. 통매각은커녕 부분 매각마저 여의치 않아 단계적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26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국내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 전략 방향’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씨티그룹이 지난 4월15일 한국을 비롯한 13개국 소비자금융 철수 의사를 밝혔으나 한국씨티은행은 아직까지 출구 전략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매달 이사회를 앞두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7월 중 적어도 매각 방향이라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달 26일 이사회로 미뤘다가 다음 달로 또 연기됐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보다 신중한 결정을 위해 9월 이후에 출구 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음을 알려드린다”며 “특히 직원 여러분들의 진로와 관련해 현재까지 논의돼 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 행장은 “최종적인 결정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인수의향서(LOI)를 내고 실사에 참여한 복수의 금융사와 매각 조건 등을 협의해왔지만 인수 의향 기관들과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최우선으로 삼은 ‘통매각’을 희망하는 곳이 없자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을 쪼개서 파는 ‘부분 매각’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 언급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씨티은행과 패키지 매각도 한국씨티은행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진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악의 상황인 ‘단계적 업무 폐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2년 HSBC은행이 산업은행과 소비자금융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실패하고 이듬해 청산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부분 매각이나 청산에는 반대하는 상황이다. 고용을 유지한 채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 매각을 시도했다가 실파한 뒤 2년 후 재매각에 성공한 콜롬비아 씨티은행 사례를 들며 매각 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한국씨티은행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시중은행 대다수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10~30%대 당기순이익 증가를 이뤄냈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도 1.5% 성장했지만 한국씨티은행은 10% 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흑자는 내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철수 계획이 알려져 고객과 자산 이탈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전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수익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눈높이를 낮춰 매각 협상에 나서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철수도 검토해야 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