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대리운전 시장이 쪼그라들자 대리운전 플랫폼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리운전 시장에 새로 진출한 타다와 티맵모빌리티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철수를 결정하거나 틈새시장 공략으로 눈을 돌린 반면 모빌리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카카오(035720)모빌리티(이하 카카오)는 오히려 전화 대리운전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소 대리운전 업계는 플랫폼 기업들의 공세에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중소기업적합 업종 지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타다 운영사 VCNC는 오는 27일 대리운전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10월 ‘타다 대리’를 출시하며 대리운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10개월 만에 조기 퇴장하는 것이다. VCNC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이기지 못했다”고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7월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든 티맵은 불과 한 달 만에 주요 타깃을 바꿨다. 최근 ‘굿서비스’, ‘버틀러’ 등 관련 업체들과 손을 잡고 운전동행 시장에 뛰어든 것. 운전동행이란 심야 주취자 등을 위한 대리운전이 아닌 기업 고위 임원·임산부·노약자·탁송 등을 위한 프리미엄 대리운전 서비스다. 티맵 관계자는 “술 마신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심야 수요 외에도 새로운 대리운전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7월 12일부터 6주째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좀처럼 종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관련 기업들이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VCNC는 아예 사업철수를 선언했고 티맵도 운전동행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티맵은 안심대리를 출시하면서 3개월 간 수수료 무료 등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공교롭게도 시장 진출 직후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후 수차례 연장되며 종료될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대리운전 시장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7,000억 원으로 2019년보다 약 1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4차 대유행이 장기화하며 전국 거리두기 단계가 잇달아 격상되면서 올해는 더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노총 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지난 달 13일 4단계 시행 이후 콜 수가 기존의 4분의1 수준까지 줄어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눈에 띄는 행보는 카카오다. 전반적인 대리운전 시장 침체 속에서도 카카오는 최근 전화콜 1위 ‘대리운전 1577’을 품고 기존 플랫폼 사업에서 콜 대리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카카오 자회사 CMNP는 지난 1일 1577 대리운전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와 신규 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설립했다. 케이드라이브는 코리아드라이브가 운영하던 서비스를 이관받는다. 케이드라이브의 대표는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는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일찌감치 ‘카카오 T 대리’를 출시해 현재 약 15만 명의 기사 가입자와 약 2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대리운전 수요가 플랫폼 20%, 콜 80%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플랫폼 수요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리운전 1577 수요까지 가져오면 시장 지배력은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몸집을 키우자 중소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티맵 견제에 나섰다. 업계가 중소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함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26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사 대리운전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택시에 이어 대리운전까지 카카오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