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기로에 섰던 국내 완성차 업계가 잇따라 임단협 타결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기아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없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한국GM도 올해 임금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 노사는 24일 열린 13차 본교섭에서 임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급 200%+350만원, 특별격려금 2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주식 13주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성과급 중 100%+350만원과 특별격려금은 타결 즉시 지급하고 100%는 올해 말에 지급하게 된다. 앞서 임단협을 마무리한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는 매주 2~3회 이상의 강도 높은 교섭을 진행하며 상호 입장차를 조율했다. 교섭기간도 예년보다 단축해 지난 6월 17일 상견례 이후 2개월여만에 합의점을 찾았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 감염증 4차 대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위기상황 속에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미래차 대전환 시기에 맞춰 노사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는데 공감한 결과”라고 말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미래 산업 변화 대응을 위한 노사 상생 협약’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4차 산업 재편에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고객 종업원의 고용 안정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의 노조 요구안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을 유지했다. 기아 노조는 2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된다.
한국GM은 이날 2차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 65.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한국GM은 기본급 3만 원 인상(호봉 승급 포함)과 격려금 450만 원, 부평2공장의 물량 확보 및 현재 제작 중인 차량의 생산 일정 연장 외에 1인당 30만 원 상당의 차량 정비 쿠폰 및 20만 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조합원들에게 일시금을 지급하는 시기를 앞당겨 450만 원 중 400만 원을 임금 협상 타결 즉시, 나머지 50만 원은 올해 말 주기로 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1차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교섭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만 추가 협상을 통해 한국GM 노사는 이날 조기에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조합원들의 표심이 찬성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한국GM은 수출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