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부동산 법령 위반 의혹이 제기된 당 소속 의원 12명 가운데 5명에게 탈당을 권고하고 1명은 제명하기로 했다.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 등 6명은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해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7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의원 6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서 강기윤·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윤희숙·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 등 12명에 대해 현행법 위반 혐의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가운데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은 만장일치로 탈당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다음 의원총회에서 제명안이 상정돼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안병길 의원 등 6명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안병길·윤희숙·송석준 의원은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의 경우 토지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했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당헌 당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는 출당 조치가 다르게 적용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적발된 의원 12명 전원에게 탈당 권고를 했지만 구속력이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자가 10일 내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 처분을 강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제명 처분은 최고위 의결을 거쳐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확정된다. 이 대표가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한 발언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시각이다.
이들에 대한 출당 조치가 이뤄지면 국민의힘이 받는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04석이 98석으로 줄어 개헌 저지선(100석)에도 못 미치게 된다. 당 지도부는 내상을 입더라도 반드시 털고 가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법 위반에 연루된 소속 의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소속 의원의 의혹에 대해 온정을 베푼다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동력이 급격히 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혐의가 소명되지 않은 의원 6명을 탈당시키는 당 지도부의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법령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원 6명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만큼 ‘반쪽 징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12명 중 6명에게만 탈당 권고 또는 제명 조치를 한 모습이 됐다”며 “지도부가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탈당과 관련해 당내 반발과 충돌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탈당 권고는 최고위 결정이었다. 당규에 따라 이들 의원이 탈당을 거부할 경우 제명 조치를 내리려면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고가 있어야 한다. 실제 징계를 받은 한 의원은 “탈당을 왜 하느냐”며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들이 탈당하도록 당 지도부가 원만하게 합의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