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보다 헌 집이 더 올랐다.’
지어진 지 2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가 서울의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헌 집보다 새집을 선호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낡은 아파트 값이 훨씬 많이 오르고 있는 것.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 지수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서울 지역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가 5.2% 상승했다. 연령별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어 15년 초과~20년 이하 및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가 각각 3.5% 상승했고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는 2.9% 올랐다. 5년 이하 신축은 3.0% 오르는 데 그쳐 상승률이 두 번째로 낮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4.0%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만 유일하게 평균 상승률을 웃돈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이후 최근까지 누적 상승률을 살펴보면 서울의 20년 초과 아파트는 무려 18.4%로 가장 높다. 5년 초과~10년 이하 상승률이 17.2%로 뒤를 이었고 15년 초과~20년 이하 16.3%, 10년 초과~15년 이하 13.4%였다. 반면 5년 이하 신축의 상승률은 11.5%로 가장 낮았다.
재건축 아파트의 강세는 개별 아파트 거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준공 37년 차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면적 210.1㎡(15층)는 지난달 66억 원에 매매됐다. 약 1년 전 같은 평형 5층이 47억 8,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1년 만에 18억 2,000만 원이 뛴 것이다. 연간 상승률은 38.1%에 이른다.
1973년 준공돼 48년 차인 반포주공1단지 전용 140.33㎡(3층)는 지난달 55억 원에 계약서를 썼다. 연초에 비해 8억 5,000만 원, 1년 전 보다는 13억 원 오른 가격이다. 연간 상승률은 31%다.
이처럼 서울의 ‘헌 집’ 가격이 ‘새집’보다 많이 오르는 것은 최근 수년간 서울 내 신규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변신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어진 지 수십 년 된 노후 아파트들은 재건축 등 정비 사업을 통해 미래에 새 아파트가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신축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입지가 좋고 교육 여건이나 교통 인프라가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