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대를 한국이 주도한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이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사로부터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면서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중형선 중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한 경우는 있었어도 대형선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벙커C유로 대표되던 선박 연료는 최근 들어 다변화하고 있다. 선박이 배출하는 배기 가스와 탄소 등을 규제하는 친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다. 앞선 기술력을 입증한 우리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추진 선박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조사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LNG선 발주량은 152만 9,421CGT(표준선 환산 톤수)로 이 중 94%인 143만 3,562CGT를 우리 조선업체가 가져왔다.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 선박 수주도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4일 덴마크 머스크와 1만 6,000TEU급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수주 금액은 1조 6,474억 원이다. 척 당 가격은 약 2,060억 원이다. 지난 3월 삼성중공업이 동급의 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척 당 1,580억 원에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선가가 30% 가량 뛴 것이다.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 운항 중인 메탄올 추진 선박은 20척 가량이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을 한국조선해양이 추가로 건조하는 셈이다.
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여파가 크다. 올 6월 IMO는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로 정했다. 2023년부터는 운항 중 선박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선주들은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할 대체 연료 선박을 발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일부 선주는 선박의 운항 속도를 줄여 배출가스양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운항 속도 저하는 선박 운영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메탄올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로 꼽히는 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 25% 등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탁월해서다. 또 기존 LNG 대비 운송, 보관도 용이하다. LNG는 영하 162℃의 극저온을 견디는 연료창을 갖춰야 해 사용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2016년 메탄올 추진 PC선 2척을 세계 최초로 인도했다. 이후 현대미포조선은 작년 5만 DWT(재화중량톤수)급 MR탱커 등 메탄올 추진 선박 8척을 수주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IMO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친환경 수요가 많아져 중국의 가격 경쟁력보다는 한국 조선업의 품질 경쟁력에 대한 긍정적 접근이 커졌다”며 “친환경 선박 수요가 높아지면서 중국도 기술 확보에 나서겠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에 유리한 시장이 열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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