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에 실패해 삼수를 했을 때 마찬가지로 삼수를 했던 친구와 난키(南紀) 시오노 곶(潮岬)에 갔던 일을 기억합니다. 큰 파도가 안벽에 밀려오면 거대한 바위에 부딪혀 굉장한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굉음이 반복되는 가운데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 같은 고민은 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저는 ‘다음 해에 수험에 실패한다면 인생은 끝이다’ 싶을 정도로 깊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때 이런 글을 적어두었습니다. ‘이 세계와 다른 곳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도록 하자.’ 그것은, 제 인생에서 하나의 버팀목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우에키 노부타카, ‘밀리언의 법칙’, 2021년 더난출판 펴냄)

우에키 노부타카는 일본 선마크 출판사의 대표다. 선마크는 15명 정도의 편집자가 근무하는 작은 출판사이지만, 편집자 전원이 2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만든 경험이 있으며 해외에서만 누적 2500만 부의 책을 팔아치우는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한 곳이다. 이 책에는 이 출판사가 이렇듯 베스트셀러와 밀리언셀러 제조기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우에키 노부타카 대표가 슬쩍 건네는 중요한 조언 중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이걸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거 아니면 나는 죽는다, 내겐 도망갈 곳이 없고 여기가 나의 마지노선이며 벼랑 끝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무슨 일이든 잘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궁지에 몰린 영혼으로는 결코 날아오를 수가 없는 것이다.

선마크의 직원들은 일을 즐기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한다. 딱히 다른 데 갈 곳 없으니까 억지로 일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책은 그 드넓은 세계를 오가는 날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다른 세계는, 새로운 활로는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