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과 협력한 현지인과 가족을 국내로 데려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부는 협력자들의 안전을 위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가운데 군 수송기까지 투입했지만, 대피를 신청한 일부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방해 등으로 끝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그간 아프간에서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그들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명이 26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이송 인원은 427명인데, 40명 정도 적은 것이다. 정부는 8월 중순 국내 이송을 결정한 이후 이들과 연락을 유지했고 정부의 군 수송기 파견에 맞춰 카불공항에 모이기로 했는데 수십 명이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 인원은 유동적이지만, 일부는 탈레반의 방해와 공항 주변 혼란 등으로 인해 아예 탈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카불 곳곳에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피란민이 몰려 공항 진입 자체가 힘들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도 자국민과 협력자 이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7일 수천 명을 공수할 계획으로 항공기를 보냈지만, 혼란 상태에서 겨우 7명만 탑승한 채 출발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한국, 미국, 인도, 일본, 프랑스 등 25개국이 참여한 외교차관 화상회의에서도 카불공항으로 이동 문제가 논의됐다.
정부도 작전 성공은 아프간인들이 카불공항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데 달려있다고 봤다. 427명을 이송하기로 계획하긴 했지만, 지방 거주자들이 수도 카불로 이동하는 동안 연락이 끊기기도 하면서 그 숫자가 수시로 바뀌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가슴 아픈 게 우리로 치면 부산, 대구, 광주 등에 계신 분들이 카불로 떠난다고 했는데 이후에 연락이 두절됐다"며 "탈레반 통제지역 통과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송기 파견이 임박한 시점에 이송 대상의 90% 이상은 카불 근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에 탑승하지 못한 협력자들을 위한 추가 이송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탈레반은 주요 7개국(G7) 등의 만류에도 8월 31일까지 아프간에서 외국 군대를 철수하고 민간인 대피를 끝내야 한다고 경고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31일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 대피를 종료하고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공항의 안전을 보장하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한국 정부 단독으로 이송 작전을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