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 달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위한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적 기대가 높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우선시하되 국내외 삼성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둘러보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점검도 빼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정 농단 재판은 가석방 출소로 끝이 났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재판은 진행 중이어서 대외 활동에는 상당한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로 재판이 휴정하는 다음 달 20일 전후 해외 출국을 떠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설이나 추석 연휴를 활용해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동에 시간이 걸리는 해외 사업장을 점검해왔다. 다만 행선지나 방문 목적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자로 보호관찰 대상이기에 해외 출국을 위해 법무부에 해외 출국을 신청하는 등 사전 프로세스가 필수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실제 출국을 결심할 경우 법무부의 심사 결과도 함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재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해외를 향하게 된다면 국익과 경영 모두를 챙길 수 있는 곳이 행선지로 유력하다고 본다. 우선 꼽히는 곳은 미국 동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긴 모더나 본사가 있는 지역이다.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요청했던 미국 행정부 관료들과도 접촉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5~6일에 불과한 체류 기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석방 결정을 내렸을 때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기에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특사로 활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모더나·화이자 등 제약사와 협상하는 데 물리적 제한이 있어 연휴를 적극 활용해 출국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8년 집행유예로 경영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을 때처럼 국내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는 일정도 하반기부터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 부회장은 2018년 8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 성장 전략에 대한 논의를 하고 같은 해 9월에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종합기술원을 방문했다. 반도체부터 가전까지 전국의 사업장 곳곳을 누볐던 2020년에는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듯 임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며 결집을 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