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인체 미생물로 신약 만든다

美 아란타바이오와 CDMO 계약
염증성 장질환 치료 후보물질 생산
내년 하반기 1상 IND 신청 목표
2023년 글로벌 시장 127조 예상

한국콜마홀딩스 바이옴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배양 중인 균주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콜마홀딩스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 인체 내 모든 미생물을 가리키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장내 대장균으로만 인식됐던 마이크로바이옴이 최근 암을 비롯한 질병을 자연스럽게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을 만들던 기업들까지 속속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시판 단계에 오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100조 원에 달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25일 한국콜마홀딩스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 후보 물질인 ‘KBL382’ 균주의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위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인 미국의 아란타바이오(Arranta Bio)와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미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화장품, 건강기능심품 등을 선보인 한국콜마가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며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리딩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계약 체결을 통해 한국콜마는 KBL382 균주에서 세포주를 생산 임상시험용 의약품 개발과 제조를 시행한다. 내년 하반기까지 글로벌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 12월 고바이오랩으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 물질인 KBL382 균주 관련 기술을 이전 받았다. 이 밖에도 바이오벤처인 MD헬스케어과 호흡기 질환 관련, 고바이오랩과는 자가면역질환 관련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 물질 도입 계약을 맺었다. 지난 8월에는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 ‘바이옴 연구소’를 열기도 했다. 한국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은 바이옴연구소의 주력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마이크로바이옴 소재를 이용한 의약품 개발이 가시화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 보유 중인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을 가속화해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을 선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CJ제일제당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업체 천랩의 지분 44%를 983억 원에 인수했다. 건강기능식품일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장기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 아미코젠 역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첫 기술특례 상장 회사인 비피도로부터 지분 30%를 601억 원에 인수했다. 비피도는 특허 균주를 포함해 100여 개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류마티스 관절염, 알츠하이머 등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같이 마이크로바이옴에 투자가 활발한 것은 뛰어난 시장성 덕분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연평균 7.6% 성장하며 2021년 935억 달러(109조 원), 2022년 1,008억 달러(117조 8,000억 원), 2023년 1,087억 달러(127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미국 세레즈테라퓨틱스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이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에 대한 임상 3상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지놈앤컴퍼니가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 치료제 'GEN-001'의 제2상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지놈앤컴퍼니의 자회사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는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B-121’ 미국식품의약국(FDA)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했다. 고바이오랩은 FDA로부터 면역질환 치료 물질 ‘KBLP-007’에 대한 임상 2단계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고, 건선 치료제 ‘KBLP-001’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장 가치가 거대한 만큼 의약품에 있어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해당 기업의 선점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며 "아직 최종 승인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없어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각 기업들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활발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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