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근거로 삼더니…송영길 이제와서 "뭣도 모르니까"

국경없는 기자회 폄훼 논란
김용민, 국경없는기자회 자료 들어 "언론 신뢰 못 줘"
국힘 "유리할 땐 대통령이 직접 만나…태세전환 경악"
아사히 "거대여당, 보편적 가치 손상 제멋대로 정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중재법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낸 국경없는기자회에 "뭣도 모르니까"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국경없는기자회의 자료를 언론개혁 근거로 들었으나 정작 이들이 반대 입장을 내자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이다.


송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언론중재법 반대 성명을 반대했다'는 질문에 "아 그건 뭣도 모르니까"라고 답했다. 송 대표는 "우리도 언론단체가 쓰면 그걸 인용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날 새벽 낸 성명을 통해 “한국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지만,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국경없는기자회가 만든 자료를 언론개혁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5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경없는기자회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도 세계 주요 40개국 언론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해서 5년째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 언론사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그에 걸 맞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송 대표 측은 "'뭐, 또 모르니까'고 말한 것을 기자들이 오해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계속됐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 “송 대표와 민주당은 권위 있는 국제 언론단체를 무시한 발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제 언론단체의 우려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송영길 대표의 언론관이 어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일제히 민주당의 돌변을 비판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2019년 국경없는기자회 대표단을 만나 '생각과 정보들이 자유롭게 오갈 때 언론의 자유는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한 건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여당에 유리할 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경없는기자회를 만나더니, 불리해지자 '뭣도 모르는 단체'로 폄하하는 태세 전환은 경악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설립된 지 36년이 된 국경없는기자회는 전세계 언론 자유 신장과 투옥된 언론인들의 변호하는 단체로 해마다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하는 국제 언론단체이다. 뭣도 모르는 국제 단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여당이 언론중재법은 물론 이미 통과시킨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화 운동의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거대 여당의 수의 힘을 배경으로, 보편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제멋대로의 정치 수법이 눈에 띄어왔다"며 그 예로 북한 경계 너머로 전단 살포를 금지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정부·여당에 유리한 수사를 촉구하는 검찰개혁을 들었다. 아사히는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억제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일단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여야 간 논의를 다해 국민의 납득을 얻지 못하면 독선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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