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nsight]쇄신 외치던 더민초, 언론재갈법은 침묵

■송종호 기자
중진도 언론자유 침해 비판하는데
재보선 참패후 결기있던 모습 실종
민심 전달자 역할 다하지 못하면
국민 심판 크고 무섭게 내려질 것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대화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법에 따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 통과를 벼르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2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무리하겠다”며 8월 중 처리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물론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과 위헌 심판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는 불가능하다. 여당의 압도적인 의석수 앞에서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앞서 여당 단독으로 강행한 임대차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중대재해처벌법 처리에서도 그랬다.


이 같은 여당의 ‘오만과 독선’은 민심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받은 것이다. 급기야 여당은 민심의 준엄한 심판에 쫒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 송영길 지도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의 역할은 빛을 발휘했다. ‘더민초’라는 이름의 모임도 구성했다. 모임을 주도한 고영인 의원은 당시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고 무엇을 반성하고 새롭게 해나갈 것인지 생각해보기 위한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 가운데 ‘2030세대’인 이소영·오영환·전용기·장철민·장경태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한 것을 반성한다”면서 “선거의 참패는 야당과 언론의 탓이 아닌 민주당의 내로남불 때문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보선 참패 이후 5개월, 신임 지도부 구성 4개월. 그 사이 ‘쇄신과 혁신’을 외치던 초선 의원의 결기 있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국민의힘·국민의당뿐만 아니라 정의당이 반대하고 국내 언론계와 학계, 법조계와 시민 단체에 이어 세계 주요 언론 단체들까지 반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더민초’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초선의 김용민·김남국·김승원 의원은 언론중재법 처리에 앞장서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부 초선 의원은 그 사이 지도부에 입성해 당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로 변신했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 못해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자충수”라고 꾸짖고, 조응천 의원은 “언론은 민주주의의 대들보”라며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중진인 이상민 의원 역시 “언론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원로와 중진이 움직이는데도 더민초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초선 가운데 오기형·이용우 의원이 신중해야 한다는 개인 입장을 밝힌 수준이다.


언론중재법의 허점은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의원들조차 심의 과정에서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로 심각하다. 25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초선 의원들의 이의 제기는 없었다. 재보선 참패 직후 지도부를 향해 민심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한 ‘더민초’의 결기는 온데간데없다. 이래서는 초심을 지키는 초선이라고 할 수 없다. 60여 명의 초선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성명이 어렵다면 이의 제기에 동의하는 의원들만이라도 ‘더민초’의 이름으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언론 재갈 물리기를 시도하는 지도부의 ‘거수기’로 다시 전락하는 순간 ‘더민초’는 존재의 이유를 잃게 된다. 본회의가 열리는 30일 스스로 장담했던 민심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결국 포기하면 국민의 심판은 재보선보다 더 크고 무섭게 내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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