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北지원 사전승인' 뚜껑 열어보니…서울·경기 등 "지원 안 했다"

남북교류 사전승인 공모 한달 연기
서울시·경기도 등 지원 계획 없어

이인영(왼쪽 두번째)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지방자치단체 남교류협력사업 사전승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교류 합의서를 체결하기 전에 먼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남북협력 사업을 승인하는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사전승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일부가 사전승인 사업에 동참할 지자체 모집 기간을 한 달 더 늘렸지만, 마감 기한을 5일 앞두고도 서울시·경기도 등 유력한 지자체 후보들이 “제출할 사업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26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통일부는 본래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30일까지 남북협력사업 사전승인제에 동참할 지자체를 구하는 공고를 올렸다가 돌연 모집 기간을 이번 달 31일로 연기했다. 통일부 교류총괄과는 “최근 코로나19로 사업 관련 준비에 필요한 부분 등이 늘어나면서 일정이 연기됐고, 9월 중으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전승인제 모집 마감을 5일 앞두고도 대다수의 지자체는 지원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전승인제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제출할 사업 구상이 없는 셈이다.


우선 지난 2018년 지방정부 최초로 직속 남북협력추진단을 출범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선두주자인 서울시는 “사전승인제 공모 지원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집 기간 내 공모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년에도 공모가 있다”며 “다른 지자체 사업 방향 등 여러가지를 봐야 한다”고 답했다. 또 그동안 주도적으로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해온 경기도는 “아직 사전승인제 관련 특별한 계획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전승인제 관련, “여러 형태의 협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사전승인을 해달라고 정부에 승인을 신청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원도와 전라북도가 오는 31일까지 남북교류협력 사전승인제 공모 의사를 밝혔다.


지자체 남북교류 사전승인제의 핵심은 ‘선 결재, 후 합의’다. 북한과의 합의서 체결 전이더라도 통일부가 일정 조건을 갖춘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승인해 지역별 대북 사업의 활로를 열어두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북측이 계속 교류를 거부할 경우 진행 중인 사업의 발이 묶인다는 우려도 자아낼 수 있다. 남북관계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사업 관련 일정이 순연되기 쉽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번달 초까지만 해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협력기금에서 약 100억 원을 국내 민간단체들의 북한 취약계층 인도협력 사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10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양 정상간 합의를 통해 413일 만에 재개한 남북 통신선을 14일 만에 돌연 단절했다. 이에 따라 국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협력 사업 지원 방안을 확정하기 위해 예정됐던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가 지난 12일 개최 예정이었지만 기약 없이 연기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