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한 지 23주기를 맞았다. 최 선대회장은 평생 ‘국가와 미래를 내다본 경영’을 강조해 현재 SK그룹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초석을 마련했다.
최 선대회장 타계 23주년인 26일 SK그룹은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고인을 추모하는 하루를 보냈다. 지난 2018년 최 전 회장 타계 20주기를 맞아 대규모 행사를 치른 후 이듬해부터는 가족 단위로 조촐히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대회장은 1973년 형인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이 타계하자 뒤를 이어 회장에 올라 그룹을 이끌었다. 취임 당시에는 선경을 에너지·화학 분야의 세계 일류 회사로 키워나가자고 강조했다. 기존까지는 석유의 부산물 가운데 하나인 섬유를 주로 취급하는 데 그쳤지만 원유 정제부터 석유화학·필름·원사·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이끈 것이다. 이후 정보통신기술(ICT)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읽고 한국 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해 SK그룹의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 선대회장은 인재 양성과 교육에도 투자해 SK그룹의 ESG 경영을 선도하기도 했다. 1974년 최 선대회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금까지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재단 이름에 회사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해외 유학 비용과 함께 생활비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부친의 타계 후 2대 이사장을 맡은 최태원 회장도 해마다 재단 행사에 참석해 장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환경 보전 사업으로 나무 심기에도 힘썼다. 1970년대에 충남 천안시 광덕산, 충북 인등산·시항산 등지의 황무지를 사들여 임야를 조성한 것이다. 이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조림지가 만들어졌고 해당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장학 사업 재원으로도 쓰였다. 이러한 사업들은 이산화탄소 제거 및 산소 생산이라는 차원에서 지금까지도 산업계의 대표적인 ‘녹색 공헌’ 사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