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충격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기준 금리가 두 차례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막상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소식이 날아들자 이번 주 들어 안정되는 듯했던 증시는 다시 출렁거렸다. 지난 이틀간 반짝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가들은 3,700억 원의 매물을 쏟아냈고 코스피지수는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과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예정된 가운데 당분간 증시가 3,100포인트 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 증시가 이 정도의 ‘긴축 잔매’를 버텨낼 체력이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기정사실이 된 금리 인상보다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기업의 실적 개선이 장기적으로 증시를 결정할 변수이기 때문이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58%(18.28포인트) 내린 3,128.53에 거래를 끝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각각 3,645억 원, 83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이 이 매물을 받아내며 4,423억 원어치의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0.14% 오르며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오전 9시 50분께 금리 인상 소식이 날아들자 하락세로 전환해 3,120선까지 주저앉았다. 중국 증시의 하락 악재로 오후 들어 -0.82%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낙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0.26%오른 1,020.44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기준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단기적으로 ‘잔파도’를 일으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 재료가 이미 시장에 반영이 된 상태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이 증시에 좋은 재료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시장을 압박할 재료가 아니다”라며 “대외 수출 경기, 미국의 통화정책,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회복 속도 등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세 번의 금리 인상 국면에서 두 번은 증시가 올랐다. 2005년 10월~2008년 8월 기준금리가 3.25%에서 5.25%로 올랐는데 이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20.74% 상승했다. 또 2010년 7월~2011년 6월 금리가 2%에서 3.25%로 인상될 때 코스피지수도 23.69% 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다소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나 경기 호조에 따라 기업이익은 더 크게 오르며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마찬가지로 내년까지 이어질 상장 기업들의 실적 증가가 주가를 견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보다 경기와 실적이 중요하다”며 “금리 인상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기 변동성은 피할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7월부터 한국 증시를 괴롭혀온 대내외 변수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착륙 우려, 강달러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 델타 변이 확산 등이 불확실성이 해소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팀장은 “당분간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기 대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코스피 3,100선 이하에서는 매수 대응을 하되 반등을 따라가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채권 가격은 금리 인상 소식에 오히려 소폭 반등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8bp(1bp=0.01%포인트) 내린 1.928%, 3년물 금리는 3.7bp 내린 1.398%를 기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1.4%대인 국고채 3년물과 1.9%대인 국고채 10년물의 금리 수준은 연내 1%, 내년 1.2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기대가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이 만창일치로 결정된 게 아닌데다 연내 금리 인상이 세 번이 아닌 두 번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