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은행, 중소형 거래소에 거래 중단 통보...대규모 줄도산 현실화

법인계좌 거래 중소형 거래소들에
신고 미완료시 거래 종료 사전 통보
고승범 후보자 '기존 일정 준수' 입장
중소형 거래소에 사실상 사망 선고내려
우려했던 대규모 줄도산 사태 현실화 시작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마감 기한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가운데 신한은행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좌 거래 중단 예정을 사전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9월24일까지 신고 접수를 완료하지 못하면 법인 계좌를 폐쇄하겠다고 사전 통보한 것으로,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중소형 거래소의 대규모 줄도산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자사의 은행 계좌를 이용해 고객들의 투자금을 관리해온 중소형 거래소들에게 신고 접수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25일부터 법인계좌 거래를 종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현재 실명 계좌를 이용 중인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제외한 대다수 거래소들은 신한은행과 같은 시중은행에서 개설한 법인 계좌 아래 가상의 계좌 번호를 만들어 다수의 개인계좌를 두는 간접적인 방식(벌집계좌)으로 고객의 투자금을 관리해왔다.


시중은행이 중소형 거래소들의 벌집계좌 거래 중단을 예고한 것은 사실상 업계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이미 신고를 마친 업비트를 빼면 나머지 빅3 거래소들마저 은행들과 실명확인 계좌를 갱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벌집계좌를 발급해준 거래소들에 대해 신한은행과 유사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려해왔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발 대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고승범 후보자가 사업자 신고 마감 연장에 부정적인 것도 중소형 거래소들에겐 악재다. 고승범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은행연합회의 시중은행 실명계정 발급 가이드라인이 올해 4월에야 나오는 등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많은 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국민의 힘 의원 질의에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기존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 후보자는 "1년 6개월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또 연장하게 되면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거꾸로 이용자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 자체(신고 기한 연장)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한편 암호화폐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는 특금법에 따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확보 등의 요건을 갖춰 다음달 24일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해야만 한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은 업비트를 비롯해 고팍스, 보라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21개사다. 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한 곳은 총 42개였다. ISMS 인증을 받아도 실명확인 계좌를 받지 못하면 원화거래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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