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자산운용보고서 분기별 공시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관련 전산 시스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아 제도 시행 초기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사모펀드 전산 처리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금융투자협회·한국예탁결제원을 비롯해 증권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가 열린 배경은 예탁원이 아직 펀드보고서 통합 관리 시스템에 사모펀드 자산운용보고서 열람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탁원은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예탁원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자산운용보고서 검증 업무에 걸리는 시간이 극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일반 투자자용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매 분기마다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해 수탁사와 판매사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산운용보고서 작성→수탁사 확인→판매사 전송→판매사 검증’의 절차를 거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예탁원이 공모펀드처럼 일반 투자자 전용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자산운용보고서 전산 업무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공모펀드의 경우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예탁원 전산 시스템에 접속해 한꺼번에 자산운용보고서를 검토한다. 그러나 관련 서비스가 없으면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사들이 1 대 1로 e메일·팩스를 주고받아야 해 업무에 걸리는 시간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시간 걸릴 일이 100시간 걸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예탁원 관계자는 “(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자산운용보고서 교부 프로세스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관련 서비스를 안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의 취지를 고려하면 예탁원이 사전에 펀드보고서 통합 관리 시스템을 재단장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투자자용 사모펀드에 대해 분기별로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판매·수탁사가 자산운용사의 ‘일탈 행위’를 감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거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때처럼 판매·수탁·사무관리회사들이 펀드 ‘견제’에 실패해 환매 중단 사태를 내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하지만 예탁원 시스템을 통해 여러 명이 한 번에 자산운용보고서를 점검하지 못한다면 자산운용사의 서류 조작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사례일 수는 있지만 자산운용사가 악의를 갖고 서류를 변조해 잘못된 자산운용보고서가 판매사로 갈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가 사모펀드 개편안에 대해 실무 단위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모호한 상황인지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운용 감시 의무 등이 법으로 명시됐을 뿐 실무적인 가이드라인은 계속 미비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부랴부랴 수탁 가이드라인 기준도 나오고 감독 당국에서 하나둘 조치를 취해가는 것 같은데 이 템포가 현업 입장에서는 대응하기 느리고, 그조차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궤멸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수탁사 사이에서도 일이 많은 상황인데 제도 시행 부분에 미흡한 대목이 많아 신생 펀드를 안 받거나 보수를 올려받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