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에는 깨끗한 바다 위해 뛰는 해양오염방제 공무원도 있답니다”

■정재헌 인천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방제계장 인터뷰
17년간 해양오염 방제 업무해…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도 받은 베테랑
방제업무 공무원, 불법방류 선박들에 '저승사자'로 불려..전국에 450여명 근무 중
“우리 바다에 기름 버리는 건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행위” 강조
“해양환경 보호는 우리 식량안보 지키는 일…예방활동이 최선 대책”

정재헌 인천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방제계장/박홍용기자



일반적으로 해양 경찰하면 우리 영해에 무단으로 침입한 외국 선박을 쫓아내거나 단속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또 각종 선박 사고뿐 아니라 연안해역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을 구조하는 것도 해양 경찰의 대표적인 임무다. 하지만 깨끗한 바다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해양경찰의 업무가 있다. 바로 해양오염 방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양오염 방제의 최전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나이가 있다. 정제헌(45) 인천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방제계장이다. 지난 2003년 12월 해양경찰에 기술직 공무원으로 입사한 정 계장은 약 17년간 다양한 해양오염 방제 업무를 수행한 베테랑이다. 정 계장은 “해양오염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민관 합동 해상방제훈련을 추진하고 선박이나 해양시설로부터 기름, 화학물질 등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출됐을 때 환경피해 최소화를 위한 특수한 업무를 맡고 있다”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했다.


해양오염방제요원은 9급부터 고위공무원으로 구성된 기술직 공무원으로 전국 약 450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정 계장의 근무지인 인천해양경찰서에는 과장 1명, 계장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이 인천의 바다를 지키고 있다.


해양오염 방제업무에 대한 정 계장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모두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직 공무원인데다 해양오염 방제라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양계 대학을 졸업하고 해양오염 방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정 계장은 조직 내에서 전문가 중에 전문가로 꼽힌다.



정재헌 인천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방제계장이 그림을 그리며 해양오염 방제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홍용기자

통상 해양오염방제 공무원들은 불법행위를 하는 선박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린다. 선박들이 우리 영해에 폐유와 분뇨 등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관리감독하고 단속하는 게 정 계장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 선박들이 1톤당 30만원 가량이 드는 폐유처리비를 아끼기 위해 우리 영해에 기름을 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드론을 비롯해 해군이나 다른 선박의 제보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 후 해당 선박에 출항정지를 시키고 규제, 단속하는 것도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업무 특성상 그는 업무의 절반 가량을 해상에서 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영해에 기름을 포함한 화학물질이나 분뇨를 버리는 것은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강조한 뒤 “유지문법을 통해서 배를 출항정지 시키고 바다에 버려진 기름과 실제 선박 안에 있는 기름을 분석해서 자백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특성을 이용해 용의자를 찾아내는 것처럼 선박이 사용하고 버린 유종의 특성을 가려낸다는 설명이다.



해양경찰청 소속 해양오염 방제요원들이 해상에서 오일펜스를 치고 방제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재헌 계장


17년 업무 이력 가운데 그가 가장 보람찬 일로 꼽았던 것도 우리 해상에 기름을 뿌리고 도주하던 외국 선박을 단속했을 때였다. 정 계장은 “입사 한지 얼마 안됐을 때 한 10만톤짜리 외국 선박이 기름을 뿌리면서 도망을 가려고 했고 동료 4명이 1시간 정도 소형 선박을 타고 가서 선박을 멈췄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선박 측에서 부인을 했지만 결국 불법 파이프를 설치했던 것을 찾아내고 자백을 받아냈다"고 회상했다.



해양경찰청 소속 해양오염 방제 요원들이 해양에서 오일펜스를 치고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재헌 계장


해양환경 보호는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선박이 충돌했을 경우 재빨리 바다에 퍼진 기름을 제거해야 어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계장은 “선박이 좌초되거나 충돌됐을 때 나오는 연료가 시커먼 기름”이라며 “기름을 방제하지 않으면 인근 해역의 횟집, 양식장 등에 치명적이며 해수를 끌어다 쓰는 발전소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해양오염 방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해양경찰청 소속 해양오염 방제 요원들이 선박에 올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재헌 계장


그는 인터뷰 내내 해양오염은 사고를 미연에 막는 예방활동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양경찰에는 깨끗한 바다를 위한 해양오염 방제업무도 있다는 것에 대한 홍보가 늘어났으면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정 계장은 “독감예방 주사를 맞아도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아무리 해양경찰에서 해양오염예방 활동을 하더라도 해양오염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평상시 선박 운항자들과 해양시설 종사자들이 사전 예방활동을 펼쳐 나간다면 바다는 지금보다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해양경찰청 소속 해양오염 방제 요원들이 외국 선박에 탑승해 선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정재헌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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