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SM) 매각 전에 네이버의 이름이 다시 등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SM의 컨텐츠를 독점하기 위해 1,000억 원을 투자했는데 SM이 카카오나 CJENM으로 넘어 가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네이버가 SM인수전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과 엔터 업계에 따르면 SM 대주주인 이수만 대표의 지분 매각 협상 과정에서 잠재 후보였던 네이버가 경쟁자를 앞서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이 대표의 지분 18.7% 전량과 기타 지분 5% 등 총 20% 이상이다. 이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라이크기획도 SM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매각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자회사 디어유 역시 매각 대상에 포함 될 것으로 알려졌다. 디어유는 SM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데 성공하며 하이브가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매각 전에는 네이버 이외에 카카오와 CJENM이 협상에 응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초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양 측의 수장이 직접 만나는 등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현재는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이 깊어지며 다소 소강된 상태다. CJ ENM 역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내비쳤지만,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매각 초반부터 계속 잠재 후보였으며 현재 가장 앞서는 분위기"라면서 “다른 후보가 SM을 인수할 경우 네이버가 지난해 SM에 투자하면서 맺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어떻게 풀어낼 지가 쟁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은 브이라이브와 위버스 등 플랫폼 사업을 매개로 한 계약 관계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1,000억 원을 SM에 투자하고 함께 시장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당시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팬십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SM계열사 'SMEJ Plus'과 '미스틱스토리'에 투자하고 또 차세대 디지털 영상콘텐츠 제작 펀드 조성을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상호 협력한다고 밝혔다.
SM는 그동안 운영해오던 팬클럽 서비스를 네이버 브이라이브 '팬십'으로 일원화하면서 글로벌 멤버십 플랫폼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로 화답했다.
당시 양 측은 브이라이브에 SM소속 아티스트의 각종 콘텐츠와 온라인 공연을 독점적으로 싣기로 합의했다. 당시 계약은 일정한 구속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올해 1월 브이라이브를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위버스 컴퍼니로 양도했다. 네이버가 하이브에 브이라이브의 경영을 맡긴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브이라이브의 기업가치에 SM컨텐츠의 독점 공급 계약을 반영했다. 위버스와 브이라이브는 2023년에 통합할 예정으로 위버스가 브이라이브와 콘텐츠 시너지를 위한 결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 브이라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할 SM이 경쟁자에 넘어가면 네이버와 하이브가 달가울 리 없다.
이들이 SM의 컨텐츠에 관심을 두는 까닭은 수익성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가온차트 기준 음반 판매량을 보면 1위는 SM소속인 NCT드림으로 324만장을 기록했고, 2위는 하이브 소속의 BTS가 238만 장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아티스트를 기준으로 보면 SM소속인 NCT드림과 엑소가 546만 장으로 하이브 소속인 나머지 BTS와 세븐틴 등을 합찬 471만 장을 앞선다.
음반보다 단가가 높은 온라인 콘서트나 팬 미팅에서도 SM의 팬덤은 여전하다. SM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유료 온라인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를 브이라이브를 통해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장 당 2만~3만 원에 달하는 음반 판매량은 여전히 팬덤 비지니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라면서 “SM의 팬덤 수익성이 여전히 확고하고 이는 네이버와 하이브가 플랫폼에 SM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독점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M을 인수하려는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의 콘텐츠 독점 계약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
다만 네이버가 그동안 경영권 인수보다는 일부 현금을 동원한 소수 지분 투자나 지분 맞교환 방식을 선호한 만큼 SM의 경영권을 넘겨 받는 이번 인수에 완주할 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와 플랫폼 사업을 두고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카카오에 비해 콘텐츠 공급자에 가까운 CJENM이 인수한다면 네이버로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매각은 SM내부의 요구에 의해 창업자인 이수만 대표가 지분을 내놓고, 경쟁자들이 참여하는 구도로 변수가 많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