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29일 누적 관객 300만 고지를 넘어섰다.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올해 개봉한 작품 중 첫 기록이다. 하지만 영화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모가디슈는 예외적 사례일 뿐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극장 관객 감소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투자·제작·배급 등 영화 산업 전 영역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국고 직접 지원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모가디슈’는 지난 28일까지 누적 관객 299만3,515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손익 분기점인 300만 명을 넘어섰다. 개봉 한 달 여 만의 기록이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 시대와 맞닿아 있는 시의적 메시지로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여 뜨거운 호평의 중심에 섰다”며 “전 세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모가디슈의 300만 달성을 지켜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모가디슈가 올린 성과가 흥행 가도를 달려서라기보다 고군분투의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의 경우 연간 관객 2억 2,667만 명을 기록하는 등 7년 연속 2억 명 대 관객을 기록했고, 1,620만 명 관객을 동원했던 ‘극한직업’을 포함해 소위 ‘천만 영화’가 5편에 달했다. 300만이라는 숫자는 코로나 이전이라면 연간 박스오피스 20위 권에 간신히 턱걸이 할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모가디슈가 개봉해 일정 규모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영화계의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이룬 성과다. 코로나 방역이 강화하면서 극장을 찾는 발길이 더 뜸해지자 영진위와 극장, 배급사 등은 제작사 측에 총 제작비 50%가 회수될 때까지 극장 수입 전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제작비 손실을 우려해 대작이 개봉을 미룰 경우 관객 감소로 극장이 무너지고, 결국 그 여파가 영화계 전반으로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도 모가디슈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했다. 류승완 감독이 개봉 후 언론 인터뷰에서 초반 흥행에 대해 “기적 같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이어 “영화계가 너무 힘들다. 영화 후반 작업을 하는 곳은 개봉이 계속 밀리다 보니 하드디스크 용량을 정리해야 하는데 계속 쌓여서 난리”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류 감독의 말이 아니라도 영화계 전반의 상황은 심각하다. 모가디슈의 경우 제작비 250억 원이 넘는 대형 화제작인데다 극장가의 총력 지원까지 있었기에 이 정도 성과를 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팬데믹 직격탄을 맞거나 아예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영화계는 다시 한번 정부를 향해 SOS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등 영화계 10개 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국고 직접 지원을 언급했다. 이들은 “2년 째 이어지는 팬데믹은 한국 영화의 모든 것을 붕괴시켰다. 영화계의 큰 희생으로 모아온 영화발전기금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발전기금 징수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의 과감한 국고 지원”이라고 호소했다. 영화발전기금은 주로 영화관 입장권에서 3%를 걷어 조성하지만, 코로나 이후 극장 침체로 기금 잔고는 100억 원 대까지 떨어진 상태다.